이혼 판례 불변…간통죄 폐지 견제 ‘가정 보호’에 무게

이혼 판례 불변…간통죄 폐지 견제 ‘가정 보호’에 무게

입력 2015-09-15 15:39
수정 2015-09-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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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혼·축출이혼 등 언급…혼인·가정 보호 필요성 지적

대법원이 15일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시기상조라고 본 가장 큰 이유는 약자에 대한 입법적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간통죄까지 폐지된 상황에서 대책 없이 잘못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파탄주의를 도입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이혼 유책주의 유지 기조에 주된 이유가 됐다.

◇ 약자보호 장치 입법으로 우선 해결해야

대법원은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 민법에서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친족간에만 부양 의무를 지우고 있다.

바람난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해야만 부양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국에서는 부양수당이나 가혹조항으로 잘못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행법으로는 재산분할과 위자료 외에는 잘못이 없는 배우자가 이혼한 뒤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놓일 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다.

이처럼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로 이들을 배려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유책주의를 유지한다는 판단이 나온 가장 큰 이유다.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도입하려면 적어도 잘못이 없는 약자를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간통죄도 없는데 파탄주의까지 도입은 안돼

대법원은 특히 지난 2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 주목했다.

간통죄 폐지에 이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유책주의까지 포기한다면 외도를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이혼 청구까지 할 수 있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은 중혼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종전의 대법원 판례도 중혼으로 인해 법률상 배우자가 사실상 축출이혼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은 특히 혼인과 가정생활을 보호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 가치관이 변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했더라도 아직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됐다고 보기는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혼율이 급증하고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화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런 점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을 보호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법상 협의이혼 제도가 이미 파탄주의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도 대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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