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보호 조치 있거나 책임 따지는 게 무의미하면 허용
대법원은 15일 아직은 우리 사회가 파탄주의로 전환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결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적인 기준은 확대했다.파탄주의로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만, 지금보다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좀 더 폭넓게 허용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간에는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결혼 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악의적으로 혹은 오기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고 이혼을 거부하거나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책임이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이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 등이 약화해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면 이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 것은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형태나 정도 ▲상대 배우자의 혼인 계속 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 생활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 등이다.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확대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지난 1987년 유책주의 예외를 최초로 인정한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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