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거린’ 경찰 상대 고강도 수사…”윗선 개입도 조사”
경찰이 금융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8) 일당의 불법 행위에 대해 2008년 금융 당국에서 2차례나 첩보를 전달받고도 수사를 미룬 정황이 드러났다.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은 당초 알려진 2008년 5월 외에도 같은 해 9월 한 차례 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조희팔 조직이 운영 회사를 통해 불법자금을 세탁한 흐름을 포착한 정보 등을 넘겨받았다.
대구경찰청이 처음 수사에 나선 시점은 2차 첩보 입수 뒤 한 달여가 지난 그해 10월 17일께다.
이는 금융 당국이 처음 첩보를 전달한 때를 기준으로 하면 5개월여가 지난 시점이다.
조희팔의 ‘오른팔’ 강태용(54)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 사건을 경찰에서 송치받은 대구지검은 경찰의 초기 수사 부실 부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정 전 경사는 대구경찰청 수사2계 소속으로 조희팔 사건을 직접 담당했다.
그는 2008년 10월 31일 조희팔 조직의 본사 전산실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압수수색 정보를 강태용 측에 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 내 윗선 개입 의혹 등 추가 관련자 부분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경사와 주변 인물의 돈거래를 규명하기 위해 계좌추적에도 착수했다.
대구지검은 정 전 경사가 조희팔 사건 수사 정보를 추가 누설했는지와 그가 조희팔이 밀항해 중국으로 도주한 2008년 12월 10일 이후에만 22회 중국에 드나든 것과 관련해 조씨 일당과 중국에서 접촉했을 가능성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정 전 경사는 경찰에 이어 검찰에서도 1억원 수뢰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팔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2008년 4만∼5만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조 원가량을 가로챈 뒤 중국으로 달아났다.
그는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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