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작가 ‘L의 운동화’ 집필 중…내년 초 출간 목표
1987년 6월 항쟁 때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유품인 운동화가 세월이 지나며 크게 손상됐다가 올해 전문가의 손에 복원됐다. 이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이 소설로 재탄생한다.18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중세의 시간’, ‘뿌리 이야기’ 등을 쓴 소설가 김숨은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모티브로 한 장편소설 ‘L의 운동화’를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집필 중이다.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아 숨질 때 신었던 운동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밑창이 100여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질 만큼 심하게 손상됐다. 올해 그의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 김겸 박사가 복원해 현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L의 운동화’는 미술품 복원 전문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한열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김 작가는 한 개인의 물건이 시대적·역사적 유물로 의미를 부여받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복원 작업을 맡은 김겸 박사의 미술품 복원에 관한 강의를 들은 것을 계기로 집필을 마음먹고 경기도 과천에 있는 김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해 그를 인터뷰하고 복원 작업을 지켜봤다.
소설에 함께 소개될 예정인 이한열 열사의 생존 당시 이야기와 이 열사 선후배및 유족들의 뒷이야기 등은 기념사업회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김 작가는 “물질로 구성된 운동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이자 소모품이지만 이 열사의 운동화는 차원을 뛰어넘어 현대 유물이 됐다”며 “운동화 복원 소식을 듣고 마음이 떨렸고 복원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고는 이미 원고지 800장 분량의 장편으로 완성됐다. 출간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김숨은 1997년 ‘느림에 대하여’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이듬해 ‘중세의 시간’으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김 작가는 “한 개인의 극히 개인적인 물건이 어떻게 시대적·역사적 물건이 되는지, 예술가와는 다른 복원가의 자의식은 어떤 것인지, 과거와 현대의 복원 작업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등 미술품 복원 전반에 관한 이야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한열의 운동화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복원된 사실도 놀라운데 소설로까지 쓰인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라며 “이한열에 관한 기억이 소설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