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해이·도덕불감증으로 자체사고 잇따라…“이래서 시민 지키겠나”
올해 초부터 경찰관 음주 뺑소니, 간부의 갑질, 술 취한 부하 여경을 모텔로 데리고 간 사건 등으로 곤욕을 치른 울산경찰이 성 문제로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경찰의 기강 해이와 도덕 불감증이 갈 데까지 갔다”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남부경찰서 소속 A경정과 기동대 소속 B경감을 대기발령하고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 밤 술집으로 부하 여경을 불러 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하고, 손목을 잡는 등 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간부 경찰과 친한 민간인도 1명 있었다.
참다못한 여경이 동료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감찰 조사가 시작됐다.
울산경찰의 도덕 불감증과 기강 해이에 따른 사고는 낯설지 않다.
지난 1월에는 회식 후 술에 취한 부하 여경을 “집에 데려 주겠다”며 택시에 태워 모텔로 데려간 경위가 파면됐다.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후 도주, 주민 신고로 붙잡힌 경찰관은 1계급 강등됐다.
이달 들어서는 담배 심부름, 출퇴근 운전 등 개인 용무를 부하 직원에게 강요하고 막말 논란을 일으킨 남부경찰서와 동부경찰서 경정급 간부가 각각 감찰 조사를 받았다.
울산경찰은 자체 사고가 잇따르자 청장이 성·음주 관련 비위 근절 대책을 수차례 강조하고, 청문담당관이 부서를 돌며 교육했다.
각 경찰서도 서장이나 청문관이 직원을 상대로 비위 근절을 강조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부하 여경 성희롱과 추행으로 도덕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위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지만 반복되니 우리도 답답하다”며 “비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이 여전히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시민 반응은 냉랭하다.
중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모든 경찰관이 비위에 연루된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경찰이 음주나 성 문제 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시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겠느냐”고 비난했다.
강지현 울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어떤 직군이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있지만, 경찰은 특히 직업윤리가 강조돼야 한다”며 “경찰 선발 단계 때부터 사명감을 가진 사람을 뽑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경찰청은 오는 31일에도 경감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비위 근절 교육을 할 예정이지만 효과를 기대하는 시민은 많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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