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증거 ‘싹싹’…검찰 수사 직전 증거인멸 의혹

옥시, 가습기 살균제 증거 ‘싹싹’…검찰 수사 직전 증거인멸 의혹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4-20 08:31
수정 2016-04-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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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실무자 검찰 출석
옥시 실무자 검찰 출석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업체 관계자 소환 조사를 본격화한 19일 옥시측 실무자가 참고인 신분으로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16.4.19 [연합뉴스TV]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영국계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검찰 수사 직전에 제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적 공식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성격 고의 변경, 불리한 실험보고서 은폐·조작 의혹 등에 이어 옥시가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증거를 인멸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볼만한 또 다른 주요 단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옥시 측이 문제의 PHMG인산염 성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

옥시 측은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 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시장에 판매해왔다.

당시 SK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MSDS를 첨부해 원료를 공급했다. MSDS는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관리를 위해 주요 성분과 주의사항 등을 담은 자료다.

SK케미칼이 첨부한 MSDS는 ‘SKYBIO 1125’를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MSDS는 일반 문서 또는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후 민·형사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을 미리 예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유력한 단서가 될 자료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올 2월 옥시 본사 등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치의 MSDS를 옥시 측이 통째로 폐기 또는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통해 삭제된 메일을 복구하면서 옥시 측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고의로 해당 자료를 없애버린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토대로 검찰은 제품이 호흡기로 흡입되면 인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옥시 측이 어느 정도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2001년 전후 제품 제조에 관여한 옥시 측 연구원들을 불러 MSDS가 폐기·삭제된 경위와 고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옥시의 인사담당 김모 상무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제품 제조·판매와 관련한 의사 결정 및 보고 체계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검찰은 사태가 불거진 이후 회사를 거쳐 간 최고위 인사 가운데 신현우(68) 전 대표이사를 우선 소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대표는 동양화학공업 계열사 옥시가 영국계 레킷벤키저로 인수되고 PHMG를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출시한 2001년 전후로 회사 대표를 지냈다.

이날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압수수색을 앞두고 옥시가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대거 삭제하고 보고서 등의 서류들을 빼돌리는 등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된 수백건의 내부 회의자료와 보고서,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 정부와 수사기관 동향, 사안별 대응방안 등이 주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압수물 등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검토 대조하는 과정에서 옥시 측이 내부 논의를 한 이메일과 서류 등의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부는 옥시 측 사내 서버에서 일괄적으로 삭제돼 파기됐고 일부는 회사 외부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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