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2개’ 50대 여성 신분 바꿔가며 9년간 사기행각

‘주민번호 2개’ 50대 여성 신분 바꿔가며 9년간 사기행각

입력 2016-05-04 17:22
수정 2016-05-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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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신분당 사기건수 분산해 경찰 주목 피하려 해

태어나면서 큰아버지의 호적에 입적됐다가 본래의 호적을 되찾으며 2개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게 된 50대 여성이 신분을 바꿔가며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하다가 9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이 여성은 2명의 신분으로 번갈아 사기를 치면 신분별로는 사기범행 건수가 적게 잡혀 수사기관의 주목을 피해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범행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정모(58·여)씨는 태어나던 해 부친의 뜻에 따라 백부의 호적에 올려졌다. 정씨는 자신이 태어나기 10년전에 출생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숨졌지만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지 않은 사촌 언니의 이름으로 살았다.

정씨는 44살 때 첫 사기범죄를 저질렀다. 교도소에서 3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새 인생을 살고 싶었던 정씨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기로 했다. 2004년 소송을 통해 친아버지 호적에 다시 편입되면서 새로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기존 주민등록번호도 말소되지 않아 그때부터 두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됐다.

정씨는 2007년부터 또 사기행각에 나섰다.

부산, 서울, 춘천 등지에서 점집을 차리고 무속인 행세를 했다.

노인들이 찾아오면 “내 사위가 검사라서 법원 경매계장들과 친하다. 나를 믿고 경매에 투자하면 큰 톤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았다.

신분은 주기적으로 바꾸며 범행했다. 1명의 이름으로 범행을 하면 사기건수가 누적돼 경찰의 각별한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씨는 지난해까지 약 9년 동안 모두 11명에게 208차례에 걸쳐 10억원을 뜯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는 정씨와 정씨의 사촌 언니가 각각 5∼6명의 노인을 상대로 5억 원을 뜯은 별개의 사건처럼 기록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해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된 피의자는 본래 이름을 쓴 정씨.

경찰은 정씨의 행방을 쫓던 중 정씨가 피해자들에게 사촌 언니의 이름을 자주 말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족관계를 확인하다가 사촌 언니에게도 똑같은 수법의 사기혐의로 수배가 내려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사건파일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지문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두 사람을 동일범으로 확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병원기록을 추적해 정씨를 검거, 모든 범행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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