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군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모(58)씨의 검거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됐던 6년 전 유사 성폭행 사건이 사실상 미제사건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DNA 감식 결과가 용의자 특정에 도움이 못 돼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1일 신씨를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우선 검찰에 송치하고, 6년 전 같은 마을에서 발생한 70대 할머니 성폭행 사건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1일 충북경찰청과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2010년 10월 증평의 모 마을에서 발생한 70대 할머니 성폭행 방화 사건의 용의자와 최근 인근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 신씨의 Y염색체가 같다는 감식 결과를 통보받았다.

두 사건의 발생 장소가 멀지 않고 범행 수법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경찰은 신씨를 6년 전 성폭행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도 지목하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히 DNA 조사에서 일부 공통점이 발견돼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6년 전 사건 때 용의자의 DNA를 온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신씨와 6년 전 성폭행범의 Y염색체가 동일하다는 것만 확인된 상황이다.

문제는 남성에게만 있는 Y염색체는 돌연변이를 제외하고는 부계 혈족이면 모두 동일하다는 점이다.

즉 신씨와 조상을 같이 하는 집안의 남성은 Y염색체가 모두 같다는 얘기다.

신씨가 6년 전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인근 지역에 사는 신씨 성의 남성이 모두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마을이 신씨 집성촌이라는 점이 경찰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신씨의 친형과 친동생을 용의 선상에 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수사망을 좁혀가려면 이 일대 신씨 성을 가진 모든 남성을 조사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운 좋게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내더라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

6년 전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 DNA 시료를 이미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경찰 안팎에서 진범이 자수하지 않는 이상 자체 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경찰은 유력 용의자인 신씨가 범행을 자백하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청각장애 2급인 신씨를 조사하는 데 제약이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가 6년 전 성폭행 피해자와 함께 오랫동안 농장 일을 하고도 일면식도 없다고 진술하는 등 의심할 만한 점은 많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혐의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우선 신씨의 혐의가 입증된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을 이날 검찰에 송치하고, 6년 전 성폭행 사건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씨는 지난 15일 오후 증평군 증평읍의 한 마을에 홀로 살던 80대 할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6년 전인 2010년 10월에는 증평군 증평읍의 마을에선 홀로 살던 70대 할머니를 성폭행한 뒤 범행을 철저하게 은폐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피해자인 70대 할머니는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