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때까지 살인 고의성 입증 못하면 아동학대치사죄 적용…법정 형량은 비슷하지만 실제 선고 형량서 차이
6살 딸을 17시간 동안 테이프로 묶어 숨지게 하고 시신마저 불태운 혐의로 체포된 경기도 포천의 양부모에게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살인죄 대신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수사기관들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죄 가운데 어떤 것을 적용할지 고심해왔다.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정해 살인죄의 법정 형량(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과 비교해 가볍지 않다.
특히 형법이 ‘고의성’ 여부에 따라 살인죄와 치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과 달리 최근 법원은 고의든 과실이든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아동학대치사죄를 폭넓게 적용하는 추세다.
그러나 고의성 입증이 안 될 경우 무분별하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실제로 선고되는 형량에서 두 죄명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은 아동학대치사죄가 기본 4∼7년, 최대 13년 6월까지로, 일반적인 살인죄의 양형 기준인 10∼16년에 훨씬 못 미친다.
대전지법은 지난 8월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딸을 살해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29세 친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여성에게 숨진 아이 이외에 다른 두명의 자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대구에서는 심하게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5개월 된 딸을 목말을 태우다가 떨어뜨려 숨지게 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아버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8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치사죄도 죄질이 극히 나쁜 경우 살인죄 못지않은 중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미라 상태로 집에 방치해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된 경기도 부천의 40대 목사와 계모 사건이 그런 경우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에서 이 부부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목사 부부가 딸을 심하게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2년 전 입양한 딸을 잔인하게 학대하다가 끝내 숨지게 한 이번 포천 6살 여자아이 사망사건도 경찰과 검찰의 보강 수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살인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검찰 관계자는 4일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로는 살인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일단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