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린이집 원장 “식탐 아니야…마른 편, 달라는대로 줘도 될 수준”
“너무 산만하지도, 내성적이지도 않아 어린이집에 있을 때도 나무랄 일 하나 없는 착한 아이였습니다.”‘식탐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입양한 6살 아이를 17시간 동안 테이프로 묶고 굶기며 방치해 숨지게 한 양부모의 소식이 알려지자 아이를 알던 많은 주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숨진 A(6)양이 지난해 11월∼올해 초까지 다닌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지금도 A양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4일 “처음 어린이집에 왔을 때 ‘쑥스러워서 말을 잘 못 하겠네요’라며 웃던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직 기억난다”면서 A양이 나무랄 데 없이 착하고 예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A양은 주로 양 어머니 C(30)씨가 차에 태워 등원시키거나 동거인 D(19)양이 데리고 걸어서 등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가 보고 경험한 일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하기 좋아했다는 A양에 대해 양모 C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한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고 한다. C씨가 경찰 조사에서도 언급한 식탐이었다.
“아이가 식탐이 많아 꼭 배식을 한 번만 해 달라고 어머니가 요청했지만 오히려 아이는 마른 편이었고, 보통 그 나이 때 아이처럼 음식을 조금 더 달라고 했을 뿐이라 아이가 달라는 대로 줘도 전혀 문제가 없을 수준이었다”고 B 원장은 말했다.
A양은 지난해 12월 연말 학예회까지 참석한 뒤 1월부터 어린이집에 잘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집 측이 양부모에게 연락하자 양 어머니는 “겨울 방학 기간이라 큰언니(D씨)와 할머니 집에 왔다”고 답했고, 그 이후에는 “남편이 직장을 인천으로 옮겨 이사 가게 됐다”며 퇴소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을 지켜봐 온 동네 이웃들도 한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A양 가족이 살던 아파트 옆 라인에 살던 한 주민은 “몸집이 큰 엄마와 젊은 여자(D씨), 어린아이가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언뜻 봐도 전혀 산만한 구석 하나 없이 얌전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다른 이웃 역시 “식탐이 많아서 학대했다는 보도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었지만, 자주 봤는데 떼쓰거나 말썽 피우는 모습 없이 얌전하게 어머니나 언니와 함께 다녔다”고 전했다.
A양은 지난 6월 말 마지막으로 집 근처 어린이집에 하루 등원한 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아이를 혼내는 등 학대하는 소리가 이웃집에 들리기도 했지만 신고는 없었다.
인천지검은 4일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A양의 양아버지(47)와 양어머니 C(30)씨, 동거인 D(19·여)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께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벌을 준다’며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17시간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양이 숨지자 30일 오후 11시께 포천의 한 야산에서 시신을 불로 태워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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