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큰불 한달…생계 막막한 상인 대체상가 입주만 기다려

서문시장 큰불 한달…생계 막막한 상인 대체상가 입주만 기다려

입력 2016-12-29 09:53
수정 2016-12-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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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원인 아직도 오리무중…행정당국 피해상인 지원에 안간힘

지난달 30일 국내 대표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 안 4지구에 큰불이 나 점포 679곳이 모두 탔다.

오는 30일이면 화재 발생 한 달이나 시장 곳곳에는 여전히 탄내가 나는 등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흉물스럽게 변한 4지구 상가 주변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울타리가 들어섰다. 울타리 벽면에는 이곳에서 장사를 한 가게 이름, 전화번호, 임시 영업장소 등을 적은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다.

서문시장통합지원센터가 4지구 상인을 상대로 집계한 피해 신고액은 현재까지 744억원이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4지구 인근 상인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부는 아직도 “물건에서 탄내가 나 손님이 구매를 망설인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경찰은 불이 난 뒤 원인을 찾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다각적인 검증에 나섰지만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다만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4지구 밖 노점에서 불이 났다는 일부 상인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밝혀냈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을 잃은 4지구 상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대체상가 마련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전국에서 들어온 성금은 모금 20여일 만에 60억원에 육박해 피해 상인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행정당국은 내달 중순께 4지구 철거에 착수해 이르면 4월 말 완료할 계획이다.

4지구 재건축을 주변 공영주차장 건물, 1지구 상가와 연계해 사고현장을 명품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데 상인 등과 힘을 합칠 방침이다.

◇ 불 59시간 만에 꺼져…원인은 ‘오리무중’

지난달 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서 큰불이 났다. 점포 679곳을 태우고 59시간 만인 12월 2일 오후 1시 8분께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4지구에서 불이 난 지 6시간 만에 큰불을 잡았다. 그러나 섬유 원단, 의류, 침구류 등 불이 붙기 쉬운 제품이 많아 숨은 불씨를 끄는 데 애를 먹었다. 화재 진압과정에서 소방관 3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화재 직후 경찰은 중부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50명)을 꾸려 국과수 등과 발화 지점, 원인 등 규명에 나섰다.

목격자 진술 확보, 주변 200여개 CCTV 영상 확보·분석, 현장 검증, 연소잔류물 분석 등을 했으나 화재원인을 찾는 데 결국 실패했다.

국과수는 지난 16일 경찰에 통보한 감정서에서 “불이 시작한 곳을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불이 난 모습, CCTV 영상, 전기 요인 등으로 미뤄 4지구 건물 남서편 통로 셔터를 중심으로 건물 통로 입구 주변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발화 지점을 특정할 수 없어 원인을 정확히 언급하기 어렵다”며 “전기 합선 등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장 조사만으로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국과수는 노점상에서 불이 났다는 4지구 일부 상인 주장에 “CCTV 영상을 보면 불이 시작되는 때에 노점상은 연소하지 않았고 가스누출과 관련한 폭발 형태와 집중적인 화재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등과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경보기 등은 정상 작동했고 소방시설 관리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 대체상가로 베네시움 쇼핑몰 확정

대구시와 중구청, 4지구 피해상인은 대체상가 후보지로 옛 계성고등학교 터, 롯데마트 내당점 등 5곳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지난 9일 시장 인근 베네시움 쇼핑몰을 최종 선택했다.

서문시장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있고,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대부분 공간이 비어있어 입주하기 충분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작년 4월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에 인접해 접근성이 좋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곳은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이후 일부 점포를 대체상가로 활용한 적이 있다.

행정당국은 베네시움 내 개별 소유주 700여명과 임차계약 등에 협의하고 있으나 입주 확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장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문시장 안에 빈 점포를 임대해 장사를 시작한 상인도 있다.

한 피해상인은 “새 점포를 얻을 형편이 안돼 장사를 할 수 없어 답답하다. 대체상가에 하루빨리 입주하면 좋겠지만 기약할 수 없는 까닭에 하루하루 지내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구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에 피해상인이 다시 영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입주 보증금과 리모델링 지원 등에 나선다”고 말했다.

◇ 전국서 온정 답지…성금·자원봉사·지원대책 줄이어

생계 터전을 잃은 4지구 상인을 돕기 위한 각계각층 온정은 화재 직후부터 줄을 잇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지난 2일 모금에 나선 뒤 최근까지 59억5천809만2천425원(7천965건)이 모였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오는 31일까지 모금을 한다.

성금을 기부하려는 시민은 계좌 이체, ARS(060-701-1004, 한 통화당 2천원), 문자 #0095(한 건당 2천원), 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www.relief.or.kr) 등으로 하면 된다.

큰불 피해 소식에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속속 모여들었다.

대한적십자사, 지자체 봉사센터 등 단체, 대학생, 직장인 등은 화재 피해 현장을 찾아 물품 지원, 급식, 교통정리 등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만 1천732명에 이른다.

중구보건소가 산하 중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화재 피해를 본 상인을 상대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등을 하고 있다.

중구청도 최근 피해상인 551가구에 긴급 생활안정 생계비 4억9천여만원을 지급했다.

정부도 피해 상인에게 국세·지방세 및 각종 융자금 등 납부·상환을 6개월∼1년 동안 유예하기로 하는 등 지원책을 내놨다.

◇ 4지구 내달 철거…인근 건물과 연계한 재건축 검토

4지구 상가는 이번 화재로 건물 30% 이상이 붕괴했고 안전진단 결과 E등급으로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행정당국은 다음 달 20일께 업체를 선정해 이르면 4월 말 4지구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다.

철거 비용은 5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35억 원은 국민안전처 교부금으로 확보했고, 나머지는 대구시에 지원을 요청했다.

또 이번 기회에 서문시장을 명품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4지구 재건축을 주변 공영주차장 건물, 1지구 상가와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시는 최근 도시공사에 이 같은 사업에 타당성 여부를 파악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4지구 재건축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재건축 예산을 상인이 부담하는 만큼 당사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 상인 의견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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