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전담 간호사 동행기
푹푹 찌는 더위는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인생이 고단한 이들에게 더 가혹했다. 9일 서울역 앞 길 건너에 있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에 속수무책이었다. 사람 사는 곳인데도 생기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고통이었다.![한진희(오른쪽) 남대문지역상담센터 간호사가 9일 서울 중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환기시설조차 없어 덥고 습한 공기로 가득한 좁은 방에 살고 있는 이 주민은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해 올여름 무더위를 견뎌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8/09/SSI_20170809183259_O2.jpg)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한진희(오른쪽) 남대문지역상담센터 간호사가 9일 서울 중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환기시설조차 없어 덥고 습한 공기로 가득한 좁은 방에 살고 있는 이 주민은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해 올여름 무더위를 견뎌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8/09/SSI_20170809183259.jpg)
한진희(오른쪽) 남대문지역상담센터 간호사가 9일 서울 중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환기시설조차 없어 덥고 습한 공기로 가득한 좁은 방에 살고 있는 이 주민은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해 올여름 무더위를 견뎌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소속 한진희(47) 간호사는 최씨의 혈압과 체온을 세심하게 체크하며 건강을 돌봤다. 한 간호사는 지난 2월 1일부터 서울시가 처음으로 도입한 쪽방촌 전담 간호사다. 최씨는 한씨의 보살핌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 더운 날 병원 갈 엄두가 안 나는데 간호사 선생이 직접 찾아와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최씨는 MBC 드라마 ‘동이’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2013년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한다.
한 간호사는 30분 동안 세 곳의 쪽방에 들러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 다른 집에서는 한 간호사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힘들었다. 한 간호사는 방문하는 곳마다 공통적으로 “어제 또 술 드셨죠. 이제 한번만 더 드시면 진짜 큰일나요”라며 음주 단속을 했다. 한 간호사는 “쪽방촌에 사시는 분 중에는 노숙 생활을 했거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오신 분들이 많고 대부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특히 술을 끊지 못해 건강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음주를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간호사는 건강 상태가 나쁜 주민을 우선적으로 방문하며 필요한 약품과 물품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활동가 1명과 반드시 동행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억 5000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 동대문, 종로 등 5곳의 쪽방촌을 담당할 정규직 간호사(5급 사회복지사) 6명을 채용했다. 서울역에는 2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각 지역 주민들의 자활을 돕는 지역상담센터에서 근무하며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자활을 돕고 있다. 김나나 남대문지역상담센터장은 “센터의 역할이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전담 간호사가 생긴 이후 센터와 쪽방촌 주민들의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자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8-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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