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장 내 성희롱 경험자 78% “참고 넘긴다”

[단독] 직장 내 성희롱 경험자 78% “참고 넘긴다”

이하영 기자
입력 2017-11-06 22:34
수정 2017-11-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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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직장 내 성범죄

女 52%·男 38% 성희롱 경험
개인 성 인권 높아져 문제 인지
“남성 중심 조직에 피해자 위축”
전문가 “묵인된 성범죄 더 많아”

가구회사 한샘에서 발생한 성폭행·성희롱 사건으로 ‘직장 내 성범죄’ 문제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직장 내 성범죄’ 신고 및 적발 건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가 최근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문제 삼지 않았던 행태들을 문제로 인식하게 되면서 마치 확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서 “묵인된 성범죄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6일 정부를 비롯한 각종 기관들이 집계한 성범죄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2명 가운데 1명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성희롱 실태분석과 형사정책적 대응방안 연구’에서 직장인 1150명(여성 698명, 남성 452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피해 경험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은 2명 가운데 1명꼴인 52%, 남성은 38%가 성희롱 피해를 호소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341건, 2013년 447건, 2014년 449건, 2015년 523건, 2016년 545건, 올해 8월 기준 370건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의 ‘성희롱 진정사건 접수 현황’에서도 피해 건수는 2012년 249건, 2013년 364건, 2014년 514건, 2015년 507건, 지난해 552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원 교수실장은 “직장 내 성범죄 발생 빈도가 늘어났다기보다 개인의 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흡수하지 못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2015년)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78.4%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로 여성은 50.6%(복수응답)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남성은 대체로 ‘큰 문제가 아니어서’라고 인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직장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범죄는 현재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권익안정실장은 “조직의 문화와 맥락에 따라 성희롱의 양태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한 성범죄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7-11-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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