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중국인, 국제면허로 운전…1·2심 “운전 가능”→대법 “무면허 운전”
밀입국한 외국인은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도 국내에서 운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도로교통법은 국제운전면허증이 있는 외국인이 입국한 날부터 1년 동안 국내에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밀입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면허 없이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G(46)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입국한 날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적법한 입국심사절차를 거쳐 입국한 날을 의미한다”며 “불법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국제운전면허증 소지자라도 국내에서의 운전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불법으로 입국한 외국인도 국제면허증으로 운전할 수 있다고 본다면 (밀입국 내지 불법체류이기 때문에) 운전할 수 없는 자에게 국내에서의 운전을 허용해주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밀입국의 특성상 입국 시기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기도 어려워 적법하게 입국한 사람보다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에게 더 유리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화물선을 이용해 밀입국한 G씨는 필리핀에서 딴 국제운전면허로 자동차를 운전하다 적발돼 출입국관리법위반과 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밀입국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고, G씨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무면허운전 혐의의 경우 1·2심은 “불법으로 입국했더라도 도로교통법에 따라 국제운전면허로 국내에서 운전이 가능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적법하게 입국한 경우에만 국제운전면허가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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