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미혼남녀, 복면 쓰고 ‘반쪽’ 찾는다

공무원 미혼남녀, 복면 쓰고 ‘반쪽’ 찾는다

한찬규 기자
입력 2018-01-14 23:08
수정 2018-01-15 01: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구 달서구청, 이색 미팅 주선…관내 공공기관·민간 확대 구상

15일 점심시간에 대구 달서구청 안에 있는 카페에 가면 얼굴에 복면(마스크)을 쓰고 대화를 나누는 남녀 10명을 볼 수 있다. 이 ‘복면 남녀’들은 이 구청에서 일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미혼 공무원들이다. 갈수록 결혼에 소극적인 젊은이들의 결혼을 권장하기 위해 구청 공무원들부터 솔선수범(?)해 단체 미팅에 나서는 행사다. 달서구는 지난 2일부터 구청 내 150여명의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남녀 각 5명씩 10명을 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복면 미팅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외모보다는 성격과 가치관 등 내면을 중심으로 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판단하게끔 하는 취지다. 체면 때문에 선뜻 미팅에 나서지 못하거나 커플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 서먹한 관계가 될까 우려하는 남녀가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달서구는 복면 미팅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40여분간 형식을 정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꿔 가며 대화할 수 있도록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대화 도중 서로 마음이 맞은 남녀는 복면을 벗고 밖으로 나가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교제를 시작한다. 커플이 된 뒤에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짝을 찾지 못한 남녀는 복면을 쓴 채 헤어지기 때문에 서로의 신분을 알 수 없다.

이 복면 미팅 아이디어는 달서구청 내 ‘결혼장려팀’이라는 조직에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은 결혼 기피 풍조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16년 달서구가 전국 최초로 만든 정식 구청 조직이다.

달서구는 이번 행사에 대한 반응이 좋을 경우 복면 미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서와 소방서, 대구도시철도공사 등 관내 공공기관은 물론 병원 등 민간기구의 미혼남녀도 참가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저출산 문제를 구청에서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청춘남녀 직원의 만남 행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결혼 문화 확산에 대한 청춘 남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귀 기울여 이색 만남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18-01-15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