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사법농단 1호’ 구속…3600자 기각 사유 밝힌 법원

무산된 ‘사법농단 1호’ 구속…3600자 기각 사유 밝힌 법원

나상현 기자
입력 2018-09-20 22:50
업데이트 2018-09-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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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문건 유출’ 유해용 前연구관 영장 기각
법원 “문건에 비밀유지 필요한 사항 없어
임종헌 前차장과 연계 관련 소명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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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기밀문건을 무단 반출하고 파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기밀문건을 무단 반출하고 파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사법농단 1호’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특히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3600자에 달하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연이은 영장 기각에 반발하는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해석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 전 연구관은 퇴임하면서 재판 검토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기밀문건을 가져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밤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를 각각 설명했다. 허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준수의무의 침해로 인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 전 연구관이 가지고 나온) 문건은 비밀 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유 전 연구관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연계됐다는 부분에 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절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에 법리상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법리상 다툼이 있고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인 점을 감안할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관리법, 절도,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혐의가 중한 데다 증거 인멸의 우려도 현실화됐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에서 근무할 당시 다뤘던 숙명학원 변상금 부과 처분 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점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 전 연구관은 숙명학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을 맡아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 냈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던 사건이 유 전 연구관 선임 후 17일 만에 판결이 내려진 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돌연 소부로 다시 내려진 점 등을 이유로 ‘전관예우’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반면 유 전 연구관은 ‘사건에 관여한 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유 전 연구관 측은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될 당시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것은 맞지만 사건의 배당, 연구관 지정·보고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8-09-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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