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게 익숙해졌어”…명절이면 더 슬픈 홀몸노인들

“외로운 게 익숙해졌어”…명절이면 더 슬픈 홀몸노인들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9-23 11:13
수정 2018-09-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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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찾는 가족 없어 쓸쓸…생활비 노령연금·기초수급비에 의존

“자식들은 있지만 추석이라고 해서 날 찾지 않은 지 오래됐어. 마땅히 갈 데도 없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집에 있어야지”

추석을 앞둔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거주하는 박모(78·여)씨의 얼굴에서는 외로움이 가득 묻어났다.

평소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마을 노인들과 즐겁게 지내는 박씨지만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때만 되면 가슴 한편에 구멍이라도 난 듯 아프디아픈 허전함을 느끼는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인 청주로 내려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모를 정도로 아들, 딸과 왕래가 끊긴 지 오래다.

박씨는 “나도 연락 안 하고 사는 게 속 편해”라고 위로하 듯 말했다.

박씨는 “외롭긴 하지만 이렇게 명절을 보내는 게 익숙해졌어. 여기저기서 가져다준 송편도 잘 먹고 있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름진 그의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비쳤다.

추석을 앞두고 청주시가 집계한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2만4천700명이다. 지난해 2만2천900보다 7.9%(1천800명)이나 증가했다.

이들 중 자녀들과 연락이 끊겨 이번 추석을 홀로 지내야 하는 ‘방치 위험 노인’들도 1천763명이나 된다. 작년 추석 때 1천483명보다 18.9%(280명)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소득이라고는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인 형편이어서 추석 연휴 때 바람을 쐬러 다니기도 어렵다.

자녀들도 형편이 어렵다 보니 부모를 찾아뵙지 않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게 복지단체 종사자들의 얘기다.

고령화 추세에 따른 현상이지만 자녀와 멀리 떨어진 채 왕래조차 없이 외롭게 사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추석을 앞두고 읍·면·동 사무소나 복지관이 송편과 떡, 과일, 음료 등을 전달하지만, 홀로 추석을 지내며 홀몸노인들의 외로움까지 달래주기는 어렵다.

청주시는 이들이 적적함을 덜 느낄 수 있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관리사들이 홀몸노인들의 집을 매주 1∼2차례 찾아 말벗을 해주고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복지단체는 식사나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그러나 집에서 홀로 TV를 보면서 송편을 먹으며 추석을 보내기에는 이들의 적적함이 너무 크다.

한 생활관리사는 “집에 찾아갈 때마다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을 때 마다 가슴이 뭉클하다”며 “소외감을 덜 느끼며 추석을 쇨 수 있도록 연휴 내내 매일 안부를 묻고 말동무도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도 홀몸노인 증가에 따른 안전문제, 고독사 등에 대처하기 위해 돌봄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홀몸노인 통합 지원센터를 개소해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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