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녹음. KBS 캡처](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1/06/SSI_20181106095443_O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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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녹음. KBS 캡처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원로법관은 중학교 교사 전모씨가 같은 학교 후배 교사 신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하면서 음성권에 대해 지적했다고 법률신문이 보도했다. 원로법관은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재판장을 지낸 이들이 1심 법원에서 재판을 맡은 법관들로, 지난해 도입됐다.
6일 법률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후배 교사인 신씨가 학생 문제로 교무실에서 동료 교사 A씨와 상의하던 도중 전씨가 신씨에게 “나가라”는 등 소리를 쳤다. 이에 신씨는 휴대폰으로 전씨의 음성을 녹음했다. 이를 본 전씨는 신씨의 휴대폰을 빼앗았고, 이후 신씨를 상대로 “음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으로 전씨는 재물손괴죄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을 맡은 강 원로법관은 음성권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인격권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으로 판단하고,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음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신씨의 녹음 행위가 음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강 원로법관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녹음·재생·녹취·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기에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비밀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 받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음 내용에는 ‘데리고 나가’, ‘넌 내 말 안 들리니’ 등의 소리를 친 것 외에는 전씨의 명예를 훼손할 내용이 없었다”며 “교무실이라는 공개된 장소와 여러 교사가 있는 곳에서 녹음이 이뤄졌고, 녹음 동기 역시 전씨가 대화에 끼어들어 고함을 치자 시작한 것으로, 녹음 내용과 분량 등에 비춰보면 이러한 녹음행위가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기에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률신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최근의 빈번한 녹음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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