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참여 이끈 ‘여성 집회’ 명과 암
‘불편한 용기’ 올 6번째 집회로 마무리여성을 사회변화 요구하는 주체로 각인
생물학적 여성 한정, 男혐오 논란 일으켜
“극단적인 주장 줄이고 상생·연대 나서야”
![‘불편한 용기’ 다음 집회 무기한 연기](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23/SSI_20181223173716_O2.jpg)
연합뉴스
![‘불편한 용기’ 다음 집회 무기한 연기](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23/SSI_20181223173716.jpg)
‘불편한 용기’ 다음 집회 무기한 연기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인터넷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6차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수사를 계기로 점화된 이날 집회에는 그간 여섯 번의 집회 중 가장 많은 11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불편한 용기는 이날 집회를 마지막으로 다음 집회는 무기한 연기한다고 알렸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여성집회를 이끈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는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번째 ‘편파 판결, 불법 촬영 규탄시위’를 개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남성 기득권 카르텔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전반에 녹아 있는 상황에서 여성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한 번도 여성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8개월 동안 끊임없이 얘기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 관계자는 “다음 집회는 무기한 연기하며, 앞으로 여성 운동을 향한 남성들의 백래시(반발)를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집회는 지난 5월 19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이후 종로구 혜화역과 광화문광장을 오가며 모두 6차례 대규모 집회를 열고 경찰과 검찰의 편파 수사, 사법부의 편파 판결, 웹하드 카르텔 등을 규탄했다. 집회에선 여성이 가해자인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는 주장과 ‘몰카’ 등 성범죄 피해 여성을 국가가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주로 제기됐다. 불편한 용기 측은 집회를 이어 가며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두 차례 간담회를 하고 정부의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집회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김영 부산대 여성연구소장은 “불법 촬영 범죄가 만연한 상황 속에서 여성 집회는 여성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분노를 명확하게 보여 줬고,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니라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로 각인시켰다”면서 “앞으로는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 등과 같은 의제를 선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것만을 처벌하는 현행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입법부와 사법부에 엄연히 존재하는 법적 허점을 공론화했다”고 평가했다.
한계도 있었다. 집회 참가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하면서, 이들의 주장이 남성에 대한 혐오로 비치기도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권력 집행 과정의 불평등성은 여성만의 문제를 뛰어넘어 남성과 함께 해결해야 할 성평등의 문제인데, 여성만 집회에 참여하게 하면서 문제제기의 취지가 희석된 측면이 있다”면서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극단적인 목소리를 지양하고 연대와 상생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8-12-24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