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파기 트라우마’ 갇힌 파인텍 노사

‘약속 파기 트라우마’ 갇힌 파인텍 노사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1-06 22:44
업데이트 2019-01-0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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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책임’ 명시해야 교섭 타결 가능성…고공농성 2명 단식까지 선언하며 압박

400일이 넘는 고공농성 끝에 만들어진 파인텍 교섭이 ‘약속 파기 트라우마’라는 장애물을 만나 난항에 빠졌다. 421일째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는 6일 단식까지 선언하며 이번 주 중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5차 교섭에서 ‘스타플렉스 대표의 법적 책임’ 합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4차 교섭에서 노동자 측이 “어떤 고용 형태든 김세권 대표가 법적 책임을 진다고 약속하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맞서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섭을 참관하고 있는 종교계 관계자는 “2015년 합의가 파기된 바 있어 노사 간 불신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동자 측은 그동안 주장해 온 스타플렉스로의 직접고용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표의 책임 부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직접고용과 대표의 책임 부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측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합의가 휴지조각이 됐던 선례 때문이다. 2014년 스타플렉스 자회사인 스타케미칼(옛 한국합섬)로부터 노동자들이 권고사직을 받자 차광호 파인텍 현 지회장은 경북 구미에 있는 스타케미칼 공장의 45m 굴뚝에 올라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2015년 7월 노사는 스타플렉스가 제3의 신규법인인 파인텍을 세워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단체협약 등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파업을 했고, 사측은 공장폐쇄 등으로 대응했다. 이후 2017년 11월 12일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합의를 이행하라며 스타플렉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6일로 421일을 맞았다. 이에 종교계 등이 노사를 설득해 지난해 12월 27일 1차 교섭을 만들어 냈다.

이어지는 교섭에서 고용보장, 위로금, 임금 등은 접점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마지막 장애물인 대표의 책임 부분에서 막혀 있는 상황이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김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5차 교섭에서 이 문제를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1-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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