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법정 서는 전두환…이번엔 ‘골목 성명’ 없었다

23년 만에 법정 서는 전두환…이번엔 ‘골목 성명’ 없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3-11 10:00
수정 2019-03-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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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3.11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전두환씨가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3.11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전두환씨가 약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선다. 23년 전엔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학살 및 내란 등의 혐의로, 이번엔 5·18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전씨는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와 승용차를 타고 광주로 출발했다. 부인인 이순자씨도 동행했다.

전씨는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걸어 나와 아무 말 없이 바로 승용차에 올랐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앞서 전씨는 1995년 12월 21일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 등의 혐의로 노태우씨와 함께 기소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12·12 군사쿠데타’(전두환·노태우를 앞세운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및 학살의 주범인 노씨와 전씨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1995년 12월 2일 전씨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전씨는 연희동 자택 앞에서 “종결된 사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 재개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므로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이에 검찰은 전씨에 대해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음 날인 1995년 12월 3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전씨는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사진은 전두환씨가(앞줄 왼쪽 세 번째)가 1995년 12월 3일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따라 경남 합천에서 안양교도소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사진은 전두환씨가(앞줄 왼쪽 세 번째)가 1995년 12월 3일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따라 경남 합천에서 안양교도소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사진은 반란수괴, 내란모의참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오른쪽)씨와 노태우씨가 1996년 법정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사진은 반란수괴, 내란모의참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오른쪽)씨와 노태우씨가 1996년 법정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검찰은 1996년 8월 1심 재판에서 전씨에게 사형을, 노씨에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전씨에게는 검찰 구형대로 사형을, 반면 노씨에게는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그해 12월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받았다.

결국 전씨는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된 셈이다.

이후 노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추징금 2688억원 납부를 명령받았다. 전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추징금 2205억원 납부를 명령받았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같은 해 12월 김영삼 정부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이번 전씨의 ‘5·18 사자 명예훼손’ 사건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전씨는 이날 공판 전까지 세 차례 재판 연기와 관할지 이전을 요구하며 법정을 피해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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