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정책硏, 20대 1312명 조사
7%, 우울 증상 심해 약물치료 등 필요편견·왜곡된 시선이 정신 위험 내몰아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다’고 평가받으면서도 취업 등을 두고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 사회 20대 중 다수가 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세대 안에서도 미취업자 등 열악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심리 상태가 취약했다. 경쟁의 좁은 문을 뚫지 못한 책임을 청년 세대에 돌리는 사회 분위기가 이들을 더 힘들게 했다.
2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대 청년 심리·정서 문제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대 청년 중 약물치료 등 능동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 증상을 가진 비율은 전체의 7.0%로 조사됐다. 또 심한 불안 증상을 가진 비율은 8.6%, 최근 6개월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은 22.9%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8월 만 20~29세 대학·대학원 재학생, 미취업자, 취업자 등 총 13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같은 또래라도 구직 여부나 일자리의 형태에 따라 심리 건강 상태가 달라졌다. 특히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직 구하지 못한 청년 중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인 비율은 12.2%였고 비정규직 청년 중에는 8.9%가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반면 정규직에 취업한 청년은 6.5%만 심한 우울증상을 보였다.
최근 6개월 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구직 미취업 집단 29.6% ▲비구직 미취업 집단 28.8% ▲비정규직 취업 23.6% ▲정규직 취업 21.3%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우울·불안 증상 수준과 최근 6개월 내 극단적 선택 생각 경험 비율을 통합해 심리·정서 문제 위험 수준을 4단계로 분류한 결과 조사 대상의 11.1%가 ‘고위험군’이었고 ‘중위험군’ 20.1%, 관찰군 21.0%였다.
연구를 진행한 김지경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편견과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야 청년 심리·정서 문제의 해결방법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20대 젊은이의 심리·정서 문제는 개인 스스로 책임질 문제라는 ‘자기 책임의 내면화’ ▲취업이 되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는 ‘취업 만능설’ ▲기성세대들이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시대 비교설’ ▲심리·정서 문제 발생 원인을 개인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노력 지상주의설’ 등이 벗어나야 할 편견으로 꼽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9-03-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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