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일제 강제노역 집단소송 남은 과제는?

첫발 뗀 일제 강제노역 집단소송 남은 과제는?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4-07 15:20
수정 2019-04-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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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기업 특정·최종 원고 대상자 선정…길고 지루한 법정공방

5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리며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높은 관심 속에서 첫발을 뗐다.

7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5일까지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할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가족 537명의 신청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정부에서 강제노역 피해 사실을 공인한 ‘강제동원 피해심의 결정통지서’나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위로금 등 지급결정서’ 등 입증 서류를 갖춘 피해자들이다.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할 서류가 없거나, 입증 서류가 있더라도 군속·군인으로 동원된 피해자는 접수할 수 없었다.

신청 접수된 537명 역시 모두가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인 만큼 가해 기업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단순히 탄광에 갔다 왔다는 입증 서류만으로는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며 “그 탄광이 어느 기업이 운영하는 탄광인지까지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해 기업을 특정할 수 있더라도 해당 기업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지, 당시의 가해 기업과 동일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또 국내에서 진행되는 소송인 만큼 해당 기업이 국내에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지도 소송 대상을 선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민모임 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와 함께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최종 원고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원고 대상자를 선정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판결 선고가 내려지기까지는 길고 지루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정판결을 내린 만큼 소송 결과는 희망적이지만 ‘오리발’ 작전을 써온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피해자들의 몫이다.

게다가 이들 기업의 의도적인 재판 지역 전략으로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민모임 측은 이달 안으로 최종 선별한 원고 대상자를 상대로 재판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려운 점을 설명하고, 재판에 참여할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무고한 사람을 끌고 가 고생을 시켜놓고서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갔는지, 누구를 끌고 갔는지 명단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미 고인이 돼버린 피해자를 대신해 후손이 나서고 있지만, 흔적도 찾기 어려운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손해배상을 떠나서 사죄 한마디 없는 이러한 행태는 너무나도 비인도적”이라며 “(이번 소송이) 아직 짜 맞춰지지 않은 역사의 빈 곳을 채워서 앞으로 살아갈 100년을 반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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