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러시아 카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제공
●대를 이어 메달리스트 도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기능대회, 자동화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이 자리까지 온 만큼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메카트로닉스 직종 김주승(21·삼성전자) 선수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 선수는 1995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3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메카트로닉스 직종 금메달리스트인 김락준(45)씨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절실함이 엿보인다.
김 선수는 2017년 제주도에서 열린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바당 대통령상을 받았다. 출중한 실력을 갖췄지만 훈련기간에는 국제대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고. 그는 “국제대회는 과제가 모두 비공개다. 준비해야 하는 범위가 매우 넓다”면서 “5~6개나 되는 모듈 구성도 많지만 여기에 쓰이는 볼트·와셔·너트는 물론 사용공구도 모두 달라 암기할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평소 고교 기능경기대회 준비반 학생들을 공장으로 초대해 지도·상담을 해주고 있다”면서 “저도 아버지처럼 숙련기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선배가 되겠다”고 말했다.
산업기계설비 직종 임채원(21·현대중공업) 선수는 부모님이 모두 국제대회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임 선수의 부모인 임성수(49)·박영자(49) 부부는 1993년 대만에서 열린 제3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철골구조물과 양장 직종에 출전,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산업기계설비 직종은 국내대회에는 없다. 2015년 브라질 대회 때 처음 시행됐다. 격년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노르웨이와 중국이 각각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올해 처음 참가한다. 임 선수는 “주변에서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항상 말씀해주신다. 같은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숙련기술인이 되겠다고 하자 처음엔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끈질기게 설득해서 공고 진학을 허락하신 뒤로는 외부자문을 구해주거나 제게 맞는 직종을 추천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부터 전기공압 과제가 추가되면서 경기결과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전 대회 출전국이라고 특별한 이점은 없다”면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면 경기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가구 직종 최초의 여성 국가대표…한국이 처음 출전하는 종목도
최은영(21·에몬스가구) 선수는 가구 직종 최초의 여성 국가대표다.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가구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최 선수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선수는 1차 평가전에서 100점 만점에 93점으로 직종 평가전 사상 최고점수를 달성해 심사위원들도 놀랐다는 후문.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만 해도 건축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지만 제 손으로 무언가를 제작해 결과물을 얻을 수 잇는 가구 제작의 매력에 푹 빠져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훈련이 힘들 때마다 대한민국 여성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는 바로 나라고 되새겼다”면서 “이젠 그 다짐을 실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종목도 있다. 수처리기술, 중장비 정비, 클라우드컴퓨팅 직종이다. 수처리기술은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플랜트, 네트워크 전체에서 장비와 프로세스를 관찰하고 유지 관리 및 제어하는 직종이다. 기계공학, 화학, 생물학뿐만 아니라 전기, 자동화, 환경보호 분야의 전문지식이 요구된다. 수처리기술 직종에 출전한 강현구(24·한국수자원공사) 선수는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첫 출전인 만큼 조건은 동등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인만큼 메달로써 증명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중장비 정비 직종에 참여한 유정룡(20·한양공업고) 선수는 교내 자동차정비 기능반 소속이지만 국내기능경기대회에는 출전한 경험이 없다. 유 선수는 “공단에서 시행하는 건설기계정비기능사 시험에 관리원으로 참여했는데 그때 중장비를 알게 돼 매력에 푹 빠지면서 대회가 아닌 자격증 취득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장비 정비 국가대표를 선발한다는 소식에 국내 수험서는 물론 해외원서를 번역해서 읽는 등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는 “운행목적의 자동차와는 달리 중장비는 장치를 통한 작업이 주된 목적”이라면서 “유압과 작업장치 과제에서 고득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컴퓨팅이란 공공 클라우드 환경에서 정부 기술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직종이다. 컴퓨팅과 스토리지, 네트워킹, 데이터베이스캐싱, 보안사한 등을 구현하며 서비스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목이다. 클라우드컴퓨팅 직종에 출전한 송무현(19·양영디지털고등학교) 선수는 “IT직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계기가 제겐 운 좋게 더 큰 기회로 다가온 것 같다”면서 “금메달 획득을 1차 목표로 향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가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