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335번째 ‘피 나눔’ 박영일씨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리는 가치가 최고고3 때 시작… 증서 백혈병어린이재단에
박영일씨
아픈 사람을 위해 40년 넘게 자신의 피를 나눠 준 박영일(64·광주 동구)씨는 지난 23일 서울신문과 만나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리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겠느냐”며 ‘헌혈’의 의미를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고향인 진도에 가기 위해 광주 서구 광천동 터미널을 찾은 그는 터미널 2층에 있는 ‘헌혈의 집’에서 335번째 헌혈을 했다.
박씨는 지난 40여년 동안 연평균 10차례 이상 헌혈을 했다. 그는 “헌혈이 허용된 69세까지 몸 관리를 잘해 계속 헌혈하겠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 등 지병이 생기면 헌혈을 할 수 없다. 요즘도 헌혈 일자가 잡히면 일주일 전부터 육류 섭취를 피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그가 평생 헌혈 봉사를 하는 것은 1972년 고등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봄소풍을 마치고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귀가하던 중 앞차를 추월하던 군용 트럭이 덮치면서 의식을 잃었다. 조선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다가 43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으나 다리 4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복학 후 고교 3학년 때인 1974년 시내 중심가인 충장로를 지나다가 옛 전남도청(광주 동구 광산동) 주변에서 대한적십자사 헌혈차를 보았다.
그는 “헌혈차를 보는 순간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입원 기간 동안 날마다 병실을 찾아준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의사·간호사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헌혈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헌혈을 했다. 1990년대 이후엔 한 달에 2~3번씩 헌혈할 때도 있었다. 적십자사가 30회 이상 헌혈자에게 주는 은장을 시작으로 금장, 명예장, 명예대장, 최고명예대장(300회 이상)까지 받았다.
헌혈증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4~2016년 광주·전남 적십자사 혈액원 봉사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9-08-26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