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을 불러온 신간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일부가 소속된 서울 관악구 낙성대경제연구소 현관에 28일 대자보를 붙이고 오물을 투척한 사건이 벌어졌다.
낙성대경제연구소 제공
낙성대경제연구소 제공
친일 논란이 제기된 신간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일부가 활동 중인 낙성대경제연구소에 오물을 투척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자영업자 A(48)씨를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소재 낙성대경제연구소에 오물을 뿌리고, 연구소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을 대한국인’으로 소개하며, 대자보에 사자성어 ‘일망타진’(一網打盡: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두 잡는다)의 음을 빌어 ‘일망타진’(日亡詫眞: 진실을 속이면 일본은 망한다)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다른 대자보에는 ‘변(便·똥오줌)의 변(辯)’이라는 제목 아래에 “너희도 더럽다. 입으로 배설하기에 더럽다”면서 연구소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 인근 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특정하고, 같은 날 오후 4시 50분쯤 관악구 소재 업장에서 일하던 A씨를 임의동행해 약 3시간가량 조사했다.
A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시인하며 “뉴스 등을 통해 ‘반일 종족주의’ 책이 주장하는 내용을 전해 듣고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뿌린 오물은 인분이 아닌 견분이었다. A씨는 범행을 위해 자신이 키우던 개의 변을 모아 연구소에 투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특정 단체에 속해 지시를 받고 벌인 일이 아니라 혼자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해 A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반일 종족주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우연 박사 등이 함께 쓴 역사 교양서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및 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볼 학술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을 담아 논란이 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 책에 대해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대표 저자인 이영훈 전 교수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이며, 필자 중 한 명인 김낙년 교수가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일본 극우단체 지원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 간 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연설을 한 이우연 박사도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