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강풍에 6명 사망·4명 매몰…곳곳서 피해 잇따라
제18호 태풍 ‘미탁’이 소멸하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동안 속앓이를 했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속히 복구작업에 나섰다.시간당 최대 100㎜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인명피해와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다.
특히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6명이 사망했고 부산에서는 산사태로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태풍 복구 나선 강릉시민들
3일 오후 강원 강릉시 포남동 일원에서 시민들이 제18호 태풍 ‘미탁’ 영향으로 침수된 문구사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일손을 돕고 있다. 2019.10.3
뉴스1
뉴스1
경북지역에서는 지자체마다 직원을 비상 소집해 피해 조사와 응급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작년 태풍 ‘콩레이’ 때 큰 피해를 본 영덕에서는 1년 만에 찾아온 가을 태풍으로 주택과 영해면 연평리 시금치 비닐하우스 단지 등에 침수 피해가 집중됐다.
영덕군은 이날 대부분의 직원을 동원해 피해 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가구별 침수 피해 정리, 도로 등 공공시설 등에 대한 응급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5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울진에서는 도로 10곳이 낙석 피해를 봤고 국도 88호선 도로 온정∼영양 구간이 끊겼다.
울진군은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 1천300여명, 덤프트럭 등 장비 50여대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항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공무원 절반이 읍·면·동별 태풍 피해 현장에 투입돼 태풍 잔해를 치우고 시설물을 점검했다.
공무원 외에도 군 병력과 봉사단체도 나서 해안가 쓰레기를 치우는 등 손을 보태고 있다.
경남에서는 소방과 민간에서 인력 1천500여명과 차량 및 장비 400여대를 동원해 피해지역에 대해 응급복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침수 또는 넘어진 벼는 물빼기 이후 건조해 산물벼로 수매하도록 유도하고 낙과는 생식용과 가공용으로 구분해 수매할 계획이다.
울산시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 군 장병 등 1천여 명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복구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들은 태화강 상류의 대곡댐, 사연댐, 대암댐에서 물이 넘쳐 침수 피해가 발생한 태화강 둔치와 인근 태화강국가정원 등에서 태풍으로 떠밀려 내려온 각종 쓰레기와 토사 등을 치우고 정비했다.
집중호우로 침수가 발생할 때는 신속한 배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대형 양수기 15대를 준비하고,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태화강을 비롯한 17곳 하천 둔치 주차장과 5곳 나들문을 미리 폐쇄했다.
특히 차량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시 교육청과 협의해 27개 학교 운동장에 저지대 주택 차량 등이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도로, 농경지 등이 물에 잠기며 도심이 제 기능을 잃은 강원도 공무원들도 이날 오전 8시부터 비상 근무에 들어가 긴급 복구작업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산사태·급류 등에 사망·실종 잇따라…이재민 발생도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모두 6명이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 한 주택이 붕괴하면서 60대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다.
앞서 이날 0시12분께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배수로를 손보던 72세 여성이 급류에 빠져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1시께 강원 삼척시에서는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린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지면서 안방에서 자던 77세 여성이 숨졌다.
비슷한 시각 경북 영덕군에서도 토사 붕괴에 따른 주택 파손으로 59세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께는 경북 성주군에서 농수로 물빠짐 작업을 하던 76세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부산에서는 오전 9시 5분께 사하구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건물을 덮쳤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주택에 3명, 식당에 1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차량을 발견했으나 운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제주도에서는 주택이 파손되면서 3명이 다쳤고 경북에서도 1명이 부상했다.
강원과 경남, 제주 지역에서는 주택 침수·파손 등으로 115세대 26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지에서는 주민 1천546명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완도와 제주, 목포 등에서는 주택 101개동이 침수되고 5개동이 파손됐다. 창고 3개동과 비닐하우스 8곳도 피해를 봤다.
경북 봉화에서는 오전 3시36분께 영동선 관광열차가 산사태 영향으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모두 대피했으며 코레일이 긴급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경남을 중심으로 14곳에서 도로 사면이 유실됐다. 제주에서는 학교 1곳의 지붕이 파손됐고 전남 완도군 완도읍 내 초·중학교와 중앙시장 등 13곳이 일시 침수됐다.
경북, 강원, 부산, 울산, 대구, 제주 등지에서는 4만4천45가구가 정전됐으며 이중 82.6%가 복구됐다.
한라산·지리산 등 21개 국립공원의 456개 탐방로도 출입이 금지됐다.
◇ 태풍 울릉도 부근서 소멸…동해안 모레까지 높은 파도
한반도를 관통하며 큰 피해를 남긴 미탁은 울릉도 부근 동해에서 소멸했다.
기상청은 이날 정오께 미탁이 울릉도 북북서쪽 약 60㎞ 해상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어 태풍 성격을 잃었다고 밝혔다.
울릉도·독도의 태풍 경보는 이날 오후 1시 강풍 경보와 폭풍해일 주의보로 변경됐다.
기상청은 “동해안에는 모레(5일)까지 높은 파도와 너울로 인해 만조 시간 침수 피해와 안전사고가 우려되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