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집회’ 여파… 靑 앞길서 밀려나는 약자들

‘조국 집회’ 여파… 靑 앞길서 밀려나는 약자들

김정화 기자
입력 2019-10-10 22:08
수정 2019-10-11 02:5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학교비정규직·KTX 승무원 등 노동자 “생계 달렸는데… 보수단체 인파에 철수”

한글날엔 광화문 기억공간도 공격받아
이미지 확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찬반 집회가 세대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앞서 청와대 주변 등에서 절박한 농성을 하던 사회적 약자들이 농성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조 장관 반대 집회 주최 측인 보수 기독교 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8일째 철야 농성을 이어 가면서 원래 이곳에서 장기 농성하던 노동자들이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지난 1일부터 집단 단식농성을 시작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이 중 하나다. 청와대 앞에서 계속 집회를 열어 온 이들은 지난 3일 보수 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자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임시로 철수했다. 하지만 4일 이후에도 이들의 점거 시위가 계속되면서 청와대 앞 농성장에 돌아가지 못했다.

20년 넘게 초등학교 영양사로 일한 이영숙 충북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지부장은 “몇십년을 근무해도 임금이 정규직의 80%도 안 되는 등 차별받는 상황을 바꾸려고 단식을 시작했다. 우리는 생계가 달린 절박한 일인데, 일주일 넘게 단식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보수 단체 집회 때문에 노조원 농성 물품 일부가 파손됐고, 급히 철수하느라 물건을 제대로 빼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분수대 주위에서는 이들뿐 아니라 몇 달째 릴레이 1인 시위 중인 KTX 승무원과 국정원 개혁 촉구 단체 등 약 10개 단체가 시위하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지부가 “한국거래소 낙하산 임원 후보 추천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보수 단체 집회 때문에 쳐진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막히기도 했다.

광화문광장 남쪽의 세월호 기억공간 역시 집회 참가자들의 공격을 받고 몸살을 앓았다. 개천절 집회 당시 기억공간 바로 뒤에 보수 단체가 대형 무대를 설치해 집회 참가자 수천명이 주위를 에워쌌고, 일부 참가자들이 기억공간 쪽을 향해 욕하고 침을 뱉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지난 9일 한글날 집회에서는 경찰이 기억공간 주위로 펜스를 치고 보호하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10-11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