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임신’ 이유…엄마에 다가오는 딸 침대서 떨어뜨려 뇌 손상 사망
밥 안 먹여 ‘소아 영양실조’ 걸린 딸에풋고추 강제로 먹여…밀치고 넘어뜨리고
침대 추락 뒤 6시간 만에 딸 호흡 곤란
항소심서 징역 4년 선고…1심보다 1년 늘어
남편은 집행유예 “남은 자녀 양육 위해”
대구고법 형사1부(김연우 부장판사)는 10일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기소된 A(2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1심보다 징역 1년이 더 늘어난 형량이다. A씨는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김정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과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언니와 비교할 때 피해자가 친어머니에게 지속적인 외면과 학대를 당하면서 짧은 생애에 받은 신체·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 “죄질이 매우 무겁고 반인륜 범행으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또 아내가 딸을 폭행·학대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로 기소된 남편 B(28)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 관련 취업제한도 명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80시간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남편 B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B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남은 두 자녀의 정상적인 양육에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여 형의 집행을 미룬다”고 양형 이유를 판시했다.
1심 결과에 대해 검찰과 A씨만 항소했다.
A씨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둘째 딸을 출산한 뒤 그해 12월 다시 임신하자 첫째 딸보다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둘째 딸을 미워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3∼7월 둘째 딸이 안아달라고 다가오거나 칭얼댈 때마다 강하게 뿌리쳐 수시로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둘째 딸은 가구 모서리나 방바닥 등에 많이 부딪힌 것으로조사됐다.
4월부터는 딸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9㎏에서 6.9㎏으로 급격하게 줄어드는데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 실조증’에 걸리게 하기도 했다.
A씨는 딸이 충격으로 밥을 잘 먹지 못하자 7월부터 여러 차례 풋고추를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6시간이 지난 뒤 딸은 방바닥에 쓰러졌고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야 A씨는 남편에게 연락했다.
검찰 조사 등에 따르면 A씨는 남편이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병원으로 가면 아동학대 사실이 들통날까 봐 30분 가깝게 첫째 딸에게 옷을 입히고, 의식을 잃은 둘째 딸에게 숟가락으로 물을 떠먹이는 시늉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오후 7시 40분이 지나 경북 구미의 집을 나섰다. 둘째 딸은 침대에서 떨어진 지 10시간 뒤인 오후 10시쯤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결국 외상성 두부 손상으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