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고 무료급식도 끊겨 우짜노…” 갈 곳 잃은 대구 일용직 노동자들

“일 없고 무료급식도 끊겨 우짜노…” 갈 곳 잃은 대구 일용직 노동자들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3-12 23:38
수정 2020-03-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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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실직 길어지자 고통 가중

대부분 쪽방촌 거주 ‘비수급 빈곤층’
기초생활보장 사각… 월세조차 못 내
무료급식 운영 중단으로 끼니도 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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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쉼터인 쪽방들이 몰려 있는 대구 중구의 한 골목 모습.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일용직 일자리 등이 급감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제공
사진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쉼터인 쪽방들이 몰려 있는 대구 중구의 한 골목 모습.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일용직 일자리 등이 급감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제공
“요새 밖에 나가 일 몬해. 인력사무소에서 일 없다 카지 오지 말라카는데 우짜노….”

대구 중구의 한 쪽방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최모(69)씨는 1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평소 인력사무소를 통해 목공부터 페인트 일까지 공사 현장을 찾아다녔지만 이제 도통 일거리가 없다.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부턴 거짓말처럼 일이 끊겼다. 통장 잔고는 바닥난 지 오래,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하지만 월세 25만원은 다달이 내야 한다. 최씨는 “앞으로 월세를 어떻게 내야 할지 막막하다. 집주인한테 ‘나중에 한꺼번에 갚겠다’고 사정사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쪽방, 고시원, 여관, 여인숙 등 ‘집 아닌 집’(비주택)에서 사는 주거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생계급여도, 주거급여도 지원받을 수 없는 차상위층은 먹고사는 일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박모(65)씨도 올해로 15년째 대구의 한 평(3.3㎡)짜리 쪽방에 거주하는 비수급 빈곤층이다. 생활비로 나가는 돈을 제외하면 매달 월세 8만원을 내야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일을 못 하고 있다. 박씨는 “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불러 주는 곳이 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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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쉼터인 쪽방들이 몰려 있는 대구 중구의 한 쪽방 내부 모습.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일용직 일자리 등이 급감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제공
사진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쉼터인 쪽방들이 몰려 있는 대구 중구의 한 쪽방 내부 모습.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일용직 일자리 등이 급감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제공
일을 할 때는 공사 현장에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 세 끼 모두 챙겨 먹었지만 지금은 끼니를 거르는 게 일상이다. 그나마 한 끼는 무료급식소에 의지해 해결했지만 코로나19 탓에 무료급식소마저 중단됐다. 박씨는 “대구역에 밤 10시쯤 가서 봉사단체에서 빵과 우유를 얻어 온다. 그렇게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현재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와 대구쪽방상담소 등이 대구 지역 비주택 거주자 800여명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제공 중이다. 쌀과 라면, 캔에 든 반찬, 마스크, 세정제 등을 지급한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최병우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은 “대구 비주택 거주자 800여명 중 절반가량이 비수급자”라며 “비주택 거주자 중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달부터 당장 밀린 월세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주민의 생계 등에 필요한 지원을 국가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3-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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