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무전취식… 이제야 갚습니다” 고국에 2000달러 기부한 70대 뉴요커

“50년 전 무전취식… 이제야 갚습니다” 고국에 2000달러 기부한 70대 뉴요커

오세진 기자
입력 2021-12-28 21:04
수정 2021-12-2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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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학생 때 돈 없어 굶주리다
‘홍합탕 한 그릇’ 얻어먹고 군 입대

“거짓말쟁이로 살아… 선행에 보답”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 편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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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A(72)씨가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자로 작성하여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보낸 편지의 모습.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제공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A(72)씨가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자로 작성하여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보낸 편지의 모습.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제공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한 70대 노인이 “미국에서 생활하는 친구 부탁”이라며 노란색 봉투(사진)를 놓고 갔다. 봉투 안에는 편지와 함께 2000달러(약 229만원) 수표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50년 전 자신에게 따뜻한 홍합탕 한 그릇을 건네준 한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이 담긴 글이 적혀 있었다.

미국 뉴욕시에 거주하는 A(72)씨의 이러한 기부 사연이 28일 공개됐다. 강원도의 한 농촌 마을에 살던 A씨는 20대인 1970년대 중반 서울로 올라와 스스로 학비를 벌며 공부를 하는 학생이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 끼니를 챙기기 어려웠던 그는 어느 겨울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을 지나치다가 홍합탕을 파는 상인을 마주쳤다.

그는 “너무도 허기가 져서 염치도 없이 홍합탕 한 그릇 먹을 수 있겠느냐”면서 “돈은 내일 갖다 드리겠다”고 하자, 한 상인이 선뜻 뜨끈한 홍합탕 한 그릇을 내밀었다. 다음날 그는 음식값을 지불하지 못한 채 군에 다녀온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A씨는 “지난 50년 동안 그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 왔다”면서 “이제 제 삶을 돌아보면서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그 아주머니 선행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편지를 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다”며 기부 뜻을 전했다.

황영식 신촌지구대장은 A씨 동의를 얻어 이날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협의체는 신촌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게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용도로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2021-12-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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