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처럼 ‘비혼모’ 선택한 ‘미수다’ 출연자…국내 현실은?

사유리처럼 ‘비혼모’ 선택한 ‘미수다’ 출연자…국내 현실은?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3-12-03 16:55
수정 2023-1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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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와 아들 율리안.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와 아들 율리안.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KBS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 출연했던 독일인 미르야 말레츠키가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해 아들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2일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 ‘사유리 TV’에는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인 미르야가 아들과 함께 출연했다.

‘한국을 언제 떠났냐’는 질문에 미르야는 “난 솔직히 좀 오래 있었다. 번역가라서 여기서 계속 활동하다가 비자는 2020년에 끝났고, 집을 나간 건 2021년이었다. 집을 포기하고 독일로 아예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이렇게 예쁜 아들이 생겼냐’고 묻자 “지금 15개월이고, 이름은 율리안 말레츠키”라고 소개했다.

사유리는 “사실 미르야 언니가 작년 5월에 한국에 왔을 때 만삭이었다. 그때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지금 이렇게 예쁜 아들을 보니까 너무 반갑다“면서 ”우리가 같은 ‘미수다’ 친구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아들의 엄마라는 공통점과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미르야는 “내가 요즘 잘 지내는 이유는 나도 사유리처럼 자발적 비혼모다. 싱글맘이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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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사유리는 “우리가 10년 동안 연락을 안 했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온 게 2020년 11월 6일에 내가 아기 낳고 5일 후에 언니가 나한테 ‘축하한다. 그런데 나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미르야는 “네가 뉴스에 나온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진짜 신기한 게 나도 2017년부터 비혼모, 싱글맘이 되려고 했는데 계속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유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사유리 소식을 듣고 특히 ‘미수다’에서 (비혼모가) 2명이나 나왔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미르야는 독일에서는 정자은행을 이용해서 시험관 시술을 받는 게 합법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합법이다. 그런데 내가 시작했을 때는 합법이 아니어서 덴마크로 갔다”고 답했다.

사유리가 “정자은행에 (정자 기증한) 다양한 사람이 많이 있는데 동양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다”고 하자 미르야도 공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나의 전부이고, 나는 한국을 너무 사랑해서 일도 계속 한국과 관련된 걸 하고 있다. 그런데 일단 정자은행에는 한국 사람이 없었다”며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한국에 대한 내 사랑은 나의 개인적인 것이고, 그걸 율리안에게 넘기는 건 안 맞는 거 같았다. 그리고 우린 독일에 사는 독일 사람이라서 서양 사람 정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미르야는 ‘자발적 비혼모’를 결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솔직히 남자 친구 운이 없어서 내가 만난 사람들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이 율리안 아빠였으면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독일에 돌아가서 아무나 만나서 아무나 결혼했다면 아이를 행복하게 못 키운다. 그래서 혼자 그런 길을 가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2012년에 처음 들었고,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 종교 같은 거나 아무것도 잘 안 믿는데 율리안이 태어나자마자 나한테 올 영혼이었다는 걸 느꼈다. 어떤 남자와 만나서 임신했어도 율리안과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 같았다”며 “진짜 너무 오래 5년 동안 계속 시도하며 기다리다가 얻은 내 보물”이라며 아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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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와 아들 율리안.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와 아들 율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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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야는 ‘싱글맘으로 가장 힘든 때가 언제냐’라는 질문엔 “솔직히 생활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미안한 건 내 친구의 아이한테 율리안이 왜 아빠가 없는지 설명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듣기로는 중학교, 고등학교 들어가면 좀 쉬워진다고 하더라. 애들도 더 이상 신경 안 쓰고 얘기 한번 듣고 넘어가는데 어린 아기들은 왜 아빠가 없는지 이해를 못 하니까 계속 물어본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사유리는 최근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들 젠의 어린이집에서 아빠와 수영하는 ‘아빠 데이’가 있었는데 여자가 참여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는 것. 사유리는 “이모님도 안 됐고, 나는 매니저랑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주변에 남자가 없어서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부동산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가주셨는데 그때 마음이 좀 슬펐다”며 “젠이 수영하고 싶을 텐데 아빠가 없다고 못 갈 수는 없지 않냐. 이럴 땐 정말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한때 그림책을 읽을 때 아빠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면 피했다는 사유리는 “그런데 ‘과연 그렇게 피하고 안 보여주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욕심으로 내가 불편해서 안 보여주는 게 맞는 건가’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많이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르야도 “나도 그림책 읽을 때 아빠가 나오면 엄마로 바꾸고는 했는데 계속 그런 주제를 피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미르야는 “내가 미안한 건 율리안이 유치원에 들어가면 율리안 친구들이 물어볼 거다. 율리안한테는 정자은행에 대해 당연히 얘기할 거다”라며 “그런데 원래 그 나이에는 성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율리안 친구들 부모님이 자기 아이들에게 (율리안의 아빠에 대해) 어떻게든 설명해야 할 텐데 내 선택 때문에 그 사람들한테 그런 부담을 가게 한다는 게 미안하다. 나도 아직 머릿속에서 제대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서 고민이다”라고 털어놨다.

미르야는 율리안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항상”이라고 답했다. 그는 “부모님 얘기 들었을 때는 너무 오버하는 감정처럼 느꼈는데 지금 아이 낳아보니까 진짜 내 인생에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내가 뭘 위해서 살고 있는지 알고, 율리안을 위해 더더욱 열심히 살고 싶다는 감정들이 생겼다”고 전했다.

사유리도 “나도 젠이 태어난 후 내 심장이 밖으로 꺼내져서 보여지는 느낌이라 조심스럽다.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되고, 두려움이 생겼다.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생겨서 두려움이 생기고 행복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사유리 비혼 출산 계기로 국내서도 본격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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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와 아들 젠.  사유리 인스타그램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와 아들 젠.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유리는 지난 2020년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그해 11월 아들 후지타 젠을 낳았다. 사유리의 자발적 비혼 출산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의 인공수정 출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비혼 여성이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사실상 대한산부인과학회 내부지침으로 이를 막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2017년 개정된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혼 여성이 인공수정 시술을 받아도 법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이런 규정으로 일선 병원에서 시술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 약 3만 8000명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였다.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2018년 30.3% 등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더 늘었지만, 이 이사장은 “그렇다면 여전히 70%는 의견이 없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이다”고 선을 그었다.

인권위, 산부인과학회에 지침 개정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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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4.14. 연합뉴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4.14. 연합뉴스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2020년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사유리의 비혼 출산에 대한 질의에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은 없어야 하며 개인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산부인과학회장에게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 등을 제한하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비혼인 진정인들은 보조생식술 시술을 이용해 출산을 시도했지만, 학회의 지침상 시술 대상이 부부로 한정돼 있어 시술을 받지 못해 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비혼 출산과 관련한 법률적 정비와 사회적 수용성 제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학회의 문제의식은 인정하지만,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므로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행 관련 법에서 정한 가족의 범주를 고려해도 출산을 통해 혈연관계가 확인되는 모(母)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혼 출산이) 가족의 범주를 혼란하게 할 요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학회가 법률로 위임받은 바 없는 사안에 대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는 조치를 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비혼 여성이 혼인 상태에 있는 사람보다 매매 목적 등 다른 목적으로 생식세포가 사용할 확률이 높다는 학회의 주장에는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배우자 동의 절차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국한된 규정이므로 보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혼모가 양육을 포기할 경우 이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발적 비혼모든 비자발적 비혼모든 한부모 가족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산부인과학회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산부인과학회는 “제3자의 생식능력을 이용해 보조생식술로 출산하는 것은 정자 기증자와 출생아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률 개정이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비혼) 독신자의 보조생식술을 허용하는 국가는 동성 커플의 보조생식술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며 “현행 윤리지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학회의 권고 불수용을 두고 “비혼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 여부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임의로 단정해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을 포함해 다른 주요 국가에서 정부 정책이나 법률상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금지하는 규정은 따로 없는 추세다.

미국은 모든 여성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을 수 있고, 영국은 23∼39세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할 수 있다. 스웨덴은 2015년부터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을 허가하고 있으며 덴마크도 혼인 여부나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18∼40세 모든 여성이 공공의료 영역에서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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