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자전거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지난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고등학생 A군은 경기 오산경찰서 지구대를 직접 찾아와 자전거를 훔쳤다고 고백했다.
A군은 경찰에 자수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9시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도보 30분 거리의 집으로 가던 중 모 아파트 단지 자전거 보관대에 잠금장치 없이 세워져 있던 자전거 한 대를 타고 귀가했다.
몇 시간 뒤 자전거 주인은 “누군가 내 자전거를 훔쳐 갔다”고 112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A군은 자전거를 주인에게 돌려준 뒤 스스로 지구대를 찾았다.
A군은 “평소 친구가 타던 자전거와 비슷하게 생겨 친구의 자전거로 착각했다”며 “잠시 빌려 타려고 한 것인데 뒤늦게 다른 사람의 자전거라는 사실을 알고 돌려줬다”고 밝혔다.
그는 “일을 끝내고 귀가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 빨리 여섯 동생의 밥을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서두르느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사건은 상급 기관인 오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이관됐는데, 담당 경찰관은 A군의 진술에 나온 가정 형편을 눈여겨 봤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6남 1녀 가정의 장남이었다. A군은 아직 고등학생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집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A군의 부친은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모친은 심부전과 폐 질환 등으로 투병 중이이어서 여섯 동생을 돌보는 것은 A군의 몫이었다. 가장 어린 A군의 동생은 생후 7개월 된 갓난아기다.
7남매에 부모까지 모두 9명이 사는 곳은 14평짜리 국민임대아파트로, 주거 환경도 비교적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이나 차상위 등 취약계층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A군 부친의 월 소득이 있고 차량도 보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A군의 부친은 “다자녀인 데다가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많아 차량이 꼭 필요해서 보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사연을 알게된 경찰은 A군의 가정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민센터와 보건소 등 관계자들과 합동으로 A군의 보호자를 면담하고,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이후 오산시, 오산경찰서, 주민센터, 청소년센터, 보건소, 복지기관 등 7개 기관은 지난 6일 통합 회의를 열어 A군 가정에 실질적인 복지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생활지원으로는 긴급복지지원(320만원×3개월), 가정후원물품(이불, 라면 등), 급식비(30만원), 주거환경개선(주거지 소독), 자녀 의료비(30만원)·안경구입비(10만원) 등이 지원됐다. 또 교육지원으로는 초·중등 자녀(3명) 방과후 돌봄 제공, 중학생 자녀 대상 운동프로그램 제공 및 진로 상담을 했고, 주거지원으로는 기존 주택 매입임대제도(최대 8년 임대)를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A군의 절도혐의에 대해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군은 경찰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앞으로 중장비 관련 기술을 배워 가족을 챙기겠다는 뜻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