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온 골프공에 30대女 ‘안구적출’…20년 경력 캐디, 법정구속 이유는

날아온 골프공에 30대女 ‘안구적출’…20년 경력 캐디, 법정구속 이유는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04-06 09:49
수정 2024-04-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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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가 친 티샷, 카트로 날아가 실명
법원 “안전 매뉴얼 위반” 캐디 금고 6개월
캐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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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본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카트에 앉아있던 30대 여성이 날아온 공에 맞아 실명한 사건을 두고 ‘캐디 과실’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카트 하차 후 타구자 후방에 있게 해야 한다’는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골프장 캐디 A(52·여)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2021년 10월 3일 오후 1시쯤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고객들과 라운드 중 티박스 좌측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한 뒤 남성 골퍼에게 티샷 신호를 했고, 이 공이 카트 안에 있던 B(34·여)씨의 눈에 맞아 실명하게 한 과실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씨는 왼쪽 눈이 파열돼 안구를 적출하는 등 영구적인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골프장 캐디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그는 재판에서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고 이 사건 결과 발생과의 상당한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캐디인 A씨의 업무상 과실이 맞다고 봤다.

사고 당시 남성 2명과 B씨 등 여성 2명이 라운드 중이었고, 사건이 발생한 뒤쪽 티박스는 좌측 약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할 수밖에 없는 다소 이례적인 구조였다.

남성 2명이 먼저 순서대로 친 티샷이 모두 전방 좌측으로 날아가 OB(Out of Bounds)가 된 상황에서 일명 멀리건(처음 샷이 잘못돼도 벌타 없이 다시 칠 수 있게 하는 것) 기회를 얻어 다시 친 공이 전방 좌측의 카트 방향으로 날아가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재판부는 카트를 해당 홀 티박스 뒤쪽 주차할 수 없는 이례적인 구조였지만, ‘카트는 세우고 손님들은 모두 내려서 플레이어의 후방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매뉴얼 등에 어긋나게 경기를 운영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불운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캐디로서 사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말미암은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사건 발생 이후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사고나 피해 보상 노력이 없어 무책임한 태도에 비추어 실형 선고를 면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해당 골프장은 이 사건 발생 후 안전상의 이유로 티박스의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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