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들러리 세워 헐값에 낙찰
공정위, 그룹 4개사·회장 檢 고발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관련 입찰담합 제재
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H그룹 소속 6개 사가 2021년 6월 강원도개발공사가 발주한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들러리,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10억 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 4. 17.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KH강원개발·KH필룩스·KH전자·KH농어촌산업·KH건설·IHQ 등 KH그룹 6개 계열사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혐의로 시정 명령과 과징금 510억 400만원을 부과했다. KH강원개발·KH필룩스·KH농어촌산업·KH건설 등 4개사와 배상윤 KH그룹 회장에 대해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알펜시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활용된 복합관광 리조트로 골프장 2개와 숙박시설 3개, 워터파크, 스키장으로 구성됐다. 사업비는 2020년 말 기준 1조 6377억원이었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경영 개선을 위해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2016년부터 알펜시아의 민간 매각을 추진했다.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통한 매각이 실패하자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4차에 걸쳐 진행한 입찰은 모두 유찰됐다. 매각 가격은 9708억원에서 7767억원까지 내려갔다. 두 차례의 수의계약도 불발됐다.
그러다 2021년 5월 공고된 5차 입찰을 앞두고 매각 가격이 30% 감액한 6796억원으로 결정될 것이란 정보가 KH그룹 측에 흘러들어갔고 KH 측은 KH필룩스가 설립한 자회사 KH강원개발을 투입해 2021년 6월 해당 가격에 알펜시아를 낙찰받았다. 이 과정에서 KH그룹은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 KH건설의 자회사 KH리츠(현 KH농어촌산업)를 ‘들러리’로 세웠다. KH전자는 KH강원개발에 30% 지분 투자하며 담합에 가담했고 IHQ는 KH리츠 지분 100%를 인수했다.
공정위는 “KH그룹의 담합 행위로 인해 잠재적 경쟁자들이 후속 매각 절차에서 경쟁할 기회에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KH그룹에 최저 입찰금액을 알려 준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를 상대로 해 형법상 입찰 방해 혐의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24-04-18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