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원대 액상 코카인 밀반입
강원도 공장서 고체 형태 가공
캐나다 조직 고위급 등 3명 구속
콜롬비아계 외국인 2명 추적 중
피의자 주거지에서 발견된 코카인.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캐나다 마약 조직 ‘UN’이 국내로 침투했다.
UN 조직원은 시가 1800억원대, 20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의 액상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 뒤 강원도 공장에서 고체 형태로 가공해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캐나다 마약 조직원 A(55)씨와 국내 판매책 B(27)씨 등 모두 3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해외에서 컨테이너 운반용 선박을 통해 시가 1800억원 상당의 액상 코카인 60㎏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밀반입한 코카인은 2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A씨는 고체 코카인이 특유 냄새로 적발될 것을 대비해 액체 형태로 밀반입한 뒤, 강원도 공장에서 고체 형태로 가공했다.
밀반입한 코카인을 국내에서 가공해 유통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경은 코카인 가공에 가담한 콜롬비아계 외국인 조직원 2명을 쫓고 있다.
압수한 코카인 점검하는 중부지방해경청 마약수사대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코카인 밀반입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압수한 코카인 60㎏이 책상에 깔려있다. 2024.8.19 뉴시스
앞서 해경은 이달 초 국정원으로부터 캐나다 마약 조직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잠복 끝에 지난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코카인 판매를 시도하던 B씨를 긴급체포한 데 이어, 경기 김포에서 A씨 등을 잇달아 검거했다.
또 A씨 집을 추가로 압수수색해 코카인 60㎏을 모두 압수했다.
이는 유통 전 컨테이너선이나 화물선에서 압수된 코카인 밀수사건을 제외하고, 국내 수사기관 담당 사건으로 유통 과정에서 압수한 코카인양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경찰이 A씨에게서 압수한 코카인 포장지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거대 마약 조직 ‘United Nation’을 뜻하는 영어 ‘UN’이 각인돼 있었다.
A씨는 이 조직의 고위급 인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에도 미국 등지에서 선박을 통해 코카인을 밀수하다가 검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침투 캐나다 마약 조직 ‘UN’ 정체는?
1천800억원대 상당 코카인
해양경찰관이 19일 오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코카인 밀반입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캐나다 밴쿠버의 마약 조직을 뜻하는 ‘UN’이라고 적힌 마약을 들고 있다.2024.8.19 연합뉴스
UN은 1997년 밴쿠버 외곽 애벗스포드에서 클레이튼 루셰(49)가 결성한 갱단이다.
베트남계 및 라오스계 캐나다인이 많은 환경에서 자란 그는 동양 신비주의에 심취했다.
일본 사무라 부시도(武士道·무사도) 정신을 조직 철학의 기반으로 삼았으며, 조직원은 ‘명예’, ‘충성’, ‘존경’ 같은 중국어 문신을 새기고 호랑이와 용이 그려진 단체복을 입게 했다.
UN은 밴쿠버를 거점으로 캐나다 곳곳에 마약을 유통했다. 중국계, 한국계, 베트남계 캐나다인으로 구성된 다른 갱단과도 동맹을 맺었다.
그는 미국으로 마리화나를 수출하며 조직을 확장했다. 매년 약 20t의 마리화나를 미국으로 밀수해 연 1억 2000만 달러(약 1600억원)를 벌어들였다.
루셰는 2008년 5월 멕시코 입국 거부 후 다시 밴쿠버로 가려다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항공편이 텍사스주 댈러스를 경유하면서 미국 세관에 체포됐다.
2009년 12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에지필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루셰 체포 후 UN 두목 자리는 이라크계 조직원이 물려받았으나, 조직원 상당수가 체포·추방되거나 사망·실종되면서 2016년에는 그 세가 현격히 줄었다.
하지만 지난 1월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UN 조직원들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와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에서 마약 밀수 작전을 벌이며 국제 범죄 집단으로 성격을 바꿔 활동 중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병용 중부해경청 수사과장은 “국내도 이제는 더 이상 코카인의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며 “캐나다 마약 조직과 국내 조직의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이 압수한 코카인 60kg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코카인 밀반입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압수한 코카인 60㎏이 책상에 깔려있다. 2024.8.19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