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과 행정실에서 직장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10여차례 타인 간의 전화 내용 등을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공무원이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 된 A씨(40)에게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경찰대학 경찰학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8월~9월 사이, 학과 행정실에서 휴대전화로 직원들의 통화 내용 등을 10차례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없다.
A씨는 당시 ‘직장 내 갑질’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 놓았다가 다른 직원들의 전화 통화를 함께 녹음했다.
A씨는 통화 상대방의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우연히 녹음돼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학과 행정실은 공개된 장소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전화 통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라며 “장시간 녹음기를 켜둬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직장 내 부당한 대우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어 참작할 사정이 있고, 경찰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