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를 예상보다 가까이 지나면서 주말까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예정이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풀라산은 이날 오전 중국 상하이 서북서쪽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 열대저기압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되며 열대저압부는 태풍보다 약한 저기압이다.
애초 풀라산은 중국 내륙으로 더 깊이 들어간 뒤 경로를 동쪽으로 틀어 제주 남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중국 내륙에 자리한 건조공기가 풀라산의 진입을 막으면서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지날 것으로 전망이 바뀌었다.
이에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열대저압부가 제주 남쪽 바다가 아닌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지남에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기존 예상보다 더 강하게 유입되고, 이는 비의 양과 강도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열대저압부가 다가올 때 이 저압부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 부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와 충돌해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면서 주말까지 비가 쏟아진다.
특히 저압부가 우리나라 쪽을 통과하면서 저압부와 우리나라를 차지한 찬 고기압에서 부는 동풍을 맞는 동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강수가 이어지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다.
전남 장흥(유치면)에는 이날 오전 4시 13분부터 1시간 동안 73.5㎜, 순천(황전면)에는 오전 10시 37분부터 1시간 사이 69.0㎜의 비가 쏟아졌다.
오후 2시 현재 강원 북부 동해안과 남부지방에 시간당 10∼30㎜, 나머지 지역에는 시간당 5∼10㎜씩 비가 오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중부지방 곳곳에 시간당 30∼50㎜씩 비가 내리는 등 일요일인 22일까지 전국에 극한호우 수준 비가 이어진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는 22일까지 대체로 총 30∼100㎜ 비가, 강원 동해안과 강원 산지는 100∼200㎜의 비가 예상된다.
서울·인천·경기 북부·강원 중북부 내륙은 많게는 120㎜ 이상,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 이상, 강원 동해안과 강원 산지는 최대 300㎜ 이상 강수량이 기록될 수 있다.
대부분 충청과 호남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50∼100㎜이며 충청과 전북 북부, 호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150㎜ 이상 비가 올 수 있다.
영남의 경우 경북 북부와 부산·울산·경남에 50∼120㎜, 대구와 경북 남부에는 50∼100㎜ 정도 비가 내릴 전망이다.
남해안 부근은 200㎜ 이상, 경북 북부 동해안에는 180㎜ 이상, 지리산 부근과 경북 북부 내륙·경북 북동 산지·경북 남부 동해안에는 150㎜ 이상 호우가 쏟아질 수도 있다.
제주는 북부 외에는 50∼150㎜, 북부에는 30∼80㎜ 비가 오고, 산지와 중산간에는 최대 250㎜ 이상과 200㎜ 이상 비가 내릴 예정이다. 한라산의 경우 전날 비의 양까지 합치면 이미 400㎜ 넘게 비가 내린 상태다.
비와 함께 매우 강한 강풍도 예상된다.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는 20∼21일 바람의 최대순간풍속 초속 20∼25m에 달하고, 나머지 지역도 순간풍속 초속 15m의 돌풍급 강풍이 불겠다. 풍속이 초속 20∼25m 정도면 바람에 간판이 날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