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27만’ A씨, ‘발을씻자’ 광고했으나 ‘남혐 발언’ 비판 남초 여론에 광고 취소돼 LG생활건강 측 “젠더갈등 의도 없어” 사과 여초 커뮤선 A씨 옹호하며 광고 취소 비난 “주소비층 여자 개돼지 취급” 불매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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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인기 제품 ‘발을씻자’의 ‘짱구는 못말려’ 에디션. LG생활건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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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인기 제품 ‘발을씻자’의 ‘짱구는 못말려’ 에디션. LG생활건강 제공
엑스(옛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A씨가 대기업 제품 광고 의뢰를 받아 진행했다가 남혐(남성 혐오) 발언을 일삼던 것이 드러나면서 해당 광고를 내리게 됐다. 그런데 이같이 조처한 해당 기업은 A씨를 추종하는 여성 네티즌들의 불매운동 역풍에 처했다.
팔로워(구독자) 27만명을 보유한 A씨는 국내 엑스에서 손꼽히는 인플루언서로 알려져 있다. ‘유명 트위터리안’인 A씨가 하루에도 몇 개씩 올리는 게시물들은 수천에서 수만회씩 공유되며, 그의 발언은 엑스를 넘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도 한다.
A씨의 영향력은 비단 온라인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의 ‘주인공’으로 ‘2030 여성’을 주목한 한 언론의 분석기사에서는 “A씨 같은 계정을 보시라”는 멘트를 통해 A씨의 엑스 닉네임을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A씨가 지난 7일 올린 광고 게시물이었다. A씨는 LG생활건강이 인기 상품인 ‘발을씻자 풋샴푸’를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와 컬래버레이션해 내놓은 신제품 ‘발을씻자 짱구 에디션’ 등을 홍보하는 글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렸다. 그러면서 “드디어 저의 첫 광고가 들어왔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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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26만명을 보유한 국내 엑스 인플루언서 A씨가 최근 LG생활건강의 인기 제품 ‘발을씻자’ 광고 의뢰를 받아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가 남혐(남성 혐오) 발언이 알려지면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문제가 된 A씨의 남혐 발언 게시물로, 6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2만회 이상 공유될 만큼 화제가 됐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A씨 엑스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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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26만명을 보유한 국내 엑스 인플루언서 A씨가 최근 LG생활건강의 인기 제품 ‘발을씻자’ 광고 의뢰를 받아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가 남혐(남성 혐오) 발언이 알려지면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문제가 된 A씨의 남혐 발언 게시물로, 6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2만회 이상 공유될 만큼 화제가 됐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A씨 엑스 계정 캡처
그런데 ‘에펨코리아’(펨코) 등 일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는 A씨가 남혐 게시물 등을 올려왔다면서 A씨에게 광고를 준 LG생활건강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다.
A씨는 지난 8일 작성한 게시물에서 “키 160㎝ 남자들은 인간적으로 여자 소개받지 맙시다. 미친 ×× 이건 뭐 쥐 잡는 것도 아니고”라며 일부 남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욕설을 섞어가며 했다.
A씨는 2023년 8월엔 ‘(A씨 계정을 팔로우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남혐을 부추기는 건 어른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한 네티즌의 지적에 “아니 그럼 ×× 남혐을 트위터 말고 어디서 해요”라고 답하며 남혐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A씨의 발언을 본 또 다른 남초 커뮤니티 ‘개드립넷’의 한 이용자 B씨는 LG생활건강에 직접 연락해 항의하고, 받아낸 답변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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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인플루언서 A씨가 LG생활건강으로부터 광고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올린 ‘발을씻자’ 홍보 게시물. 지금은 삭제됐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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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인플루언서 A씨가 LG생활건강으로부터 광고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올린 ‘발을씻자’ 홍보 게시물. 지금은 삭제됐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엑스 캡처
B씨가 지난 11일 개드립넷에 올린 글을 보면 LG생활건강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 “LG생활건강은 젠더 갈등을 유발하려는 어떤 의도도 없으며 해당 인플루언서가 남혐 언급을 하는 인물인지 사건 인지가 되지 못했다”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 확인 후 해당 광고 글을 삭제 처리했으며 향후 해당 건과 같은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해 운영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제기되던 불매운동은 LG생활건강 측 사과문이 알려진 후 이번엔 여초 커뮤니티에서 더 크게 타올랐다.
12일 대형 여초 커뮤니티 ‘더쿠’에서 해당 소식을 전한 글에는 대부분 A씨에 대한 광고를 철회한 LG생활건강을 비판하는 댓글이 2200개에 육박했다.
대다수 더쿠 이용자들은 “여자들 돈 벌어놓고 씻지도 않는 남자들 말 들어주는 멍청한 기업”, “생리혈 잘 지워진대서 ‘발을씻자’ 썼는데 과산화수소로 돌아갈게”, “여자들이 소비해줬는데 개돼지 취급한다”, “사람용·강아지용 다 쓰고 있는데 이제부터 불매한다” 등 댓글을 달며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소수의 이용자들이 “외모지상주의 혐오발언 하면 기업에선 손절할 만하다”, “키 작은 남자 비하가 여성 인권과 무슨 관계냐” 등 의견을 내며 A씨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은 다수 이용자로부터 “키작남한테 자아 의탁한 애들이 160㎝대남 다 가져라” 등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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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인기 제품 ‘발을씻자’ 엑스 계정에 12일 올라온 유명 인플루언서 A씨 광고 철회 관련 해명문. ‘발을씻자’ 엑스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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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인기 제품 ‘발을씻자’ 엑스 계정에 12일 올라온 유명 인플루언서 A씨 광고 철회 관련 해명문. ‘발을씻자’ 엑스 계정 캡처
‘발을씻자’ 측은 12일 엑스 계정에도 글을 올려 “주말에 검색을 통해 커뮤니티 글을 인지했고, 놀란 마음에 해당 계정과 협의해 광고를 당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브랜드 계정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지금보다 더욱 온 힘을 다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고객을 위한 브랜드로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소통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는 A씨에 대한 광고 철회에 분개한 엑스 이용자들의 반발이 쇄도했다.
이들은 “발 안 씻는 남자들 말에는 헐레벌떡 조치 취하고 주소비층인 여자들한테 등 돌리는 행보 잘 봤다”, “‘풋샴푸’라고 검색하면 대체제 많다”, “그렇게 남자들 여론이 신경 쓰이면 ‘맨즈 전용’이라고 표시하라. 여성 친화적인 척하지 말고” 등 댓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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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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