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받고 더 크게 베푸는 사람 되길”
편의점에 밥솥 마련...달걀 바구니도 함께
손님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편의점”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한 편의점 점주 이시원(55)씨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둔 밥솥을 잡고 환히 웃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2/SSC_20250212163954_O2.jpg.webp)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한 편의점 점주 이시원(55)씨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둔 밥솥을 잡고 환히 웃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2/SSC_20250212163954_O2.jpg.webp)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한 편의점 점주 이시원(55)씨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둔 밥솥을 잡고 환히 웃고 있다.
“왔어? 아이고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저기서 밥 한 숟가락 먹고 가. 힘내야지. ”
“네 그럴게요.”
마치 엄마가 아침 식사를 챙기는 듯 정겨운 대화가 들리는 이곳은 서울 강남구 도심 한복판에 있는 편의점이다. 언뜻 다른 편의점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엔 남다른 게 있다. 매일 갓 지은 하얀 쌀밥 소복한 밥솥과 달걀이 가득 쌓인 바구니가 항상 무료로 준비돼 있다.
12일 찾은 이 편의점에는 오전 8시부터 아침을 해결하기 위한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컵라면 하나를 계산한 뒤 자연스럽게 온수기 옆 밥솥에서 밥을 덜어 달걀을 풀어 넣고 허겁지겁 식사를 시작했다. 곧이어 편의점 점주 이시원(55)씨가 “김치도 먹어야지”라며 접시를 내밀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유인서(26)씨는 “편의점인데 이상하게 올 때마다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편의점 벽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편의점’, ‘각박한 세상이지만 이런 사장님도 있습니다’, ‘따뜻한 말과 공간에 위로받고 갑니다’, ‘이번에 먹은 밥, 꼭 더 크게 갚겠습니다’와 같은 쪽지가 한가득이었다. 모두 밥을 얻어먹고 간 손님들이 남긴 글이다.
![밥솥과 달걀꾸러미가 있는 이 편의점 식탁 앞에는 손님들과 이씨가 붙여둔 정겨운 쪽지들이 가득하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2/SSC_20250212163957_O2.jpg.webp)
![밥솥과 달걀꾸러미가 있는 이 편의점 식탁 앞에는 손님들과 이씨가 붙여둔 정겨운 쪽지들이 가득하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2/SSC_20250212163957_O2.jpg.webp)
밥솥과 달걀꾸러미가 있는 이 편의점 식탁 앞에는 손님들과 이씨가 붙여둔 정겨운 쪽지들이 가득하다.
지난해 10월 편의점을 열었다는 초보 점주 이씨는 5년 동안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가로수길 상권이 악화하면서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이씨는 “한참 열심히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부실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면서 ‘무료 밥솥’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매일 새벽 3시, 오전 8시, 오후 5시 세번 밥을 지어 내놓는다.
공짜라고 설명해도 처음엔 손님들이 밥솥에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밥솥 옆에 ‘받을 줄 알아야 베풀 줄도 안다. 여기서 받고 큰 사람이 돼 베풀어달라’고 써뒀다. 이후 시간이 지나 입소문이 나며 밥솥 가득하던 밥은 두세시간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단골이 된 손님들이 지난 설 연휴 이씨에게 화장품, 곶감, 꽃 등 명절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22년간 지체장애인들에게 미용 봉사를 해왔다는 이씨는 “이미 제가 베푼 것보다 더 큰 보답을 받고 있다”며 “유독 젊은 손님이 많아서 자식 같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지 별일이 아니다. 가게에 왔을 때 잠시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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