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강사·무허가 교습… ‘반값 운전학원’ 주의보

성추행 강사·무허가 교습… ‘반값 운전학원’ 주의보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3-07 23:04
수정 2016-03-08 00:1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지역 2명 구속·169명 입건… 벌금형 받은 뒤 다시 불법 교습

값싼 수강료를 내세워 불법 운전면허 학원을 운영해 온 업자와 강사들이 또다시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여성 수강생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식 학원 수강료의 절반만 받고 3~7일 안에 면허를 따게 해준다고 약속하니 대학생 등 경제력이 부족한 수강생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운전면허 학원을 좀체 뿌리 뽑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경찰은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지기 전에 면허를 따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불법이 더욱 판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겨울방학 기간 운전교육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여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2명을 구속하고 169명을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무료로 운전교육을 하면 불법이 아니지만, 당국의 허가 없이 유료로 운전교육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박모(60·구속)씨는 무허가 운전학원을 차려 놓고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반 동안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인근에서 명함을 돌리거나 인터넷에 글을 띄우는 방법으로 수강생들을 모았다. 정식 학원보다 절반쯤 싼 20만~35만원을 수강료로 받았다. 조수석에 불법 개조한 브레이크를 단 차량으로 총 316명에게 도로주행 운전교습을 해 약 1억 1000만원을 챙겼다. 박씨는 교습 중 젊은 여성 수강생들의 손등이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가짜 운전면허학원 홈페이지를 개설해 ‘반값 교습’ 등을 내세워 수강생을 모집해 무자격 강사에게 소개해준 일당도 적발됐다. 임모(58)씨는 경기 양주시의 무허가 운전학원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2년여에 걸쳐 약 6억원을 챙겼다. 임씨로부터 교습생들을 넘겨받은 무자격 강사들은 10시간당 22만∼28만원을 받고 교습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보통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다시 불법 교습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며 “면허시험장 주변에서 불법 교습을 하는데 수강생 대부분이 불법인지 모르고 있으며, 일부는 알고도 싼 교습비에 넘어간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적발된 무등록 운전학원 건수는 318건으로 전년의 두 배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 하반기 운전면허시험 강화를 앞두고 불법 교습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시스템에서 불법 운전학원을 막기 위해서는 단속 강화밖엔 방법이 없다”며 “영국 같은 나라처럼 개인이 돈을 받고 운전면허 강습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면 부작용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3-08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