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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48)와 남편 B씨(46) 측 변호인은 19일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구창모)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아동 학대는 아동 심리검사가 중요한데 B씨 등이 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지, 학대에 해당하는지 판단받고자 한다”며 피해 아동 심리검사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정서적인 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소극적 사실을 증명한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겠냐”며 의문을 표시한 뒤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2020년 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친모 4명에게 100만~1000만원을 주고 신생아 5명을 매수해 학대하거나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에게 접근해 “아이를 키워주고 금전적으로 도움도 주겠다”면서 아기를 물건처럼 사들였지만, 데려와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를 일삼았다.
이 중 태어난 지 1주일밖에 안 된 갓난아기 2명은 ‘성별과 사주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부부싸움을 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 베이비박스에 버리고 오자”는 부부의 휴대전화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아이들을 물건처럼 매매한 중대 범죄”라면서 “이 부부는 친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넘겨받은 아기를 출생신고하고 호적에 등록한 척 가족관계증명서를 변조해 보여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재혼 부부로 남의 자녀 매수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재혼 전에 낳은 자신들의 자녀를 보기 위해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친부모의 의무는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부 변호인은 재판에서 “새로운 아기들을, 특히 딸을 키우면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할 거라는 강박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실제 양육할 목적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고 했다.
1심을 진행한 대전지법 형사11단독 장민주 판사는 지난 4월 “죄의식 없이 아동 매매 범행을 저지른 뒤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기도 했다. 아동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비판하고 A씨에게 징역 4년, 남편 B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은 다음달 1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