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입 추진에 찬반 논란
2036년 시행 땐 고갈 32년 늦추지만저출산에 사실상 연금액 깎일 우려
정부는 4일 발표한 국민연금개혁안에서 재정과 인구 여건 등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보장성 강화보다는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자동조정장치는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반면 ‘급여 삭감’이 불가피해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재정 상태나 인구구조·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수급액, 개시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3년 평균 가입자 감소율과 평균수명 증가율을 계산해 물가상승률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연금액을 조정한다. 핀란드는 가입자 전체의 기대여명이 증가할 경우 연금액을 조정하는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변수로 해서 수급액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물가상승률만 반영하지만 앞으로는 출산율과 기대수명까지 고려해 연금액을 산출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가가 2% 올랐는데 최근 3년 평균 국민연금 가입자가 1% 줄었고 기대여명이 0.5% 늘었다면 연금액은 0.5%(2%-1%-0.5%) 오르는 식이다.
도입 땐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연금)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은 2088년까지 고갈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기존 연금 고갈 시점을 32년 늦추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금개혁 논의에 따른 피로와 사회적 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OECD 국가 대부분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이유는 ‘탈정치화’가 목적이었다”면서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논리에 따라 연금개혁 방향이 달라져 보험료율 인상은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쪽은 반대한다.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하면 연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뜩이나 수급액이 적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다는 것은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말”이라며 “현재 노인 빈곤율이 38.1%로 OECD 최고 수준이다. 노인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4-09-05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