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향판’ 사실상 폐지…판사 처신 감독 강화

대법원, ‘향판’ 사실상 폐지…판사 처신 감독 강화

입력 2014-04-02 00:00
수정 2014-04-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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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서 장기간 근속 못해…지역법관 개선안 상반기 확정법정 녹음제도 내년 시행…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소통에 주력”

대법원은 지역법관 출신인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이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 판결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지역법관(향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뜯어고친다.

벌금액에 따른 노역기간의 상·하한선을 정한 전국 수석부장 회의와 대법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환형유치(벌금 미납시 노역 대체) 제도의 구체적 세부 기준도 마련한다.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법정 녹음제도 전면 실시, 민사판결서 공개, 도산사건 전자소송 시행 등 주요 사법현안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취임 한달을 맞아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법행정 주요 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박 처장은 “올해 사법행정은 충실한 재판, 투명한 사법, 인권감수성 제고, 국민 편의 제고, 소통 강화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2004년 도입된 ‘지역법관’은 점차 줄이면서 신규 임용을 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다만 지역법관제의 구체적 개선안은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확정짓고 내년 인사부터 반영한다.

지역법관이라는 명칭은 사라지지만 수도권 근무 희망자는 많은 반면 지방 근무 희망자는 적고 임관 성적·근무평정 등에 따른 ‘서열’이 존재하는 법관 인사의 구조적 특성상 지방에서 오래 일하는 판사는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사법부 출범 이래 지방에서 주로 근무하는 ‘향토 법관’은 항상 있었지만 인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법원은 2004년 ‘지역법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해당 법관을 10년 동안 특정 고법 관할에서만 근무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앞으로는 법관이 특정 지역에서 지나치게 장기간 근무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특정 권역 근무 기간을 현행보다 줄이고 근무하는 권역은 넓히는 형태가 된다.

대법원은 환형유치와 관련, 벌금 1억원 이상 선고 사건의 노역 일당은 벌금액의 1천분의 1을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징역형에 고액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범죄는 노역일수의 하한기준을 정해 ‘황제노역’이 나올 수 없도록 했다. 하한기준은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500일,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은 700일, 100억원 이상은 900일이다.

대법원은 또 법관이 외부인사와 접촉할 때 유의할 사항에 대한 윤리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판사의 ‘직무 외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

대법원은 판사의 ‘막말’을 방지하고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판 과정을 녹음하는 법정 녹음 제도와 민사판결문 공개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형사판결문의 경우 지난해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가해자나 관계인에게 유출돼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도 도입한다.

배상신청서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지 않고 ‘형사공탁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형사공탁제가 도입되면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공탁금을 내면 된다.

대법원은 오는 28일부터 도산사건에도 전자소송을 시행한다.

아울러 대법원은 판사가 처리해야 할 재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우선 금융기관이 채무자를 대상으로 내는 연체 대출금 청구소송처럼 형식적인 사건들은 원칙적으로 재판 대신 ‘전자 독촉’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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