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위의 괴물’ 된 법조인들

‘法 위의 괴물’ 된 법조인들

입력 2014-09-04 00:00
업데이트 2014-09-04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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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사건 이어 또 ‘성추행 판사’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공공장소 음란행위 사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엔 현직 판사가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법조계 인사들의 도덕성이 바닥을 쳤다는 탄식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사법부는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막말 판사’ 징계에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왜곡된 판·검사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A(29·사법연수원 40기) 판사의 성추행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A판사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A판사는 지난해 9월과 올해 7월 대학 후배인 여성 두 명을 각각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판사는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확인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드러나면 우선 재판 외 업무로 이동시킨 뒤 징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초임 판사의 직무 외 일탈’ 정도로 선을 긋고 있지만 최근 들어 검찰, 법원을 가리지 않고 추문이 잇따르고 있어 법조계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기성 판사들의 법정 내 부적절한 언행도 여전하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사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에 대해 제기된 진정은 모두 6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09년 11건, 2010년 7건, 2011년 18건, 2012년 13건, 지난해 18건이다.

하지만 서면 경고를 포함해 징계 조치가 이뤄진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가사소송을 제기한 여성에게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라고 면박하거나 70대 노인에게 “70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고 말하는 등 진정 내용에 구체적인 발언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특별한 조치 없이 무마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와 판사들은 자신의 신분이 곧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권력자라고 생각하는 매우 안 좋은 문화가 있다”고 진단한 뒤 “이를 고쳐야 한다는 외부 비판을 그저 수사 기관과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무시하며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20년 경력의 한 법조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법조계로 진입하는 후배들의 법조 윤리나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점점 더 엷어지는 탓에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4-09-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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