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 결정 배경
헌법재판소가 26일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심판 청구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한 논거는 크게 청구 자체의 부적법성과 국회의 자율성 존중 두 가지다.새누리당 의원 19명은 지난해 1월 심판을 청구하면서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각각 법률안에 대한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과 신속처리 대상안건 지정을 거부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12월 국회의장이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한 직권상정 요청에 대해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합의 등 3가지로 지정사유를 제한한 국회법 85조 1항을 근거로 거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조항이 사실상 만장일치를 요구해 헌법상 다수결의원칙과 의회주의원리를 위배해 위헌이라는 것이 청구인 측 논리였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되더라도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장 등에게 직권상정이나 신속처리 안건 지정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의원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여야가 합의한 경우 등 직권상정 요건을 갖췄더라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2015년 1월 기재위원장이 국회법 85조의 2항을 근거로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요건을 갖춘 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가 소관 위원장에게 제출돼야 비로소 위원장이 지정 여부의 표결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며 “이 사건은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지정을 위한 표결 실시 거부 때문에 청구인의 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요구할 당시 요건인 재적 과반수(14명)에 못 미치는 의원(11명)만 참여했기 때문에 의결 종족수 규정(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은 따져볼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직권상정을 요청했을 때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입법부작위에 의한 위헌’이라는 청구인 주장 역시 국회 입법권 존중을 근거로 각하했다.
국회 선진화법 조항 도입 자체가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부적법하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재판관 9명의 의견이 각하 5, 기각 2, 인용 2로 나뉜 것은 그만큼 헌재 내부에서도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음을 뜻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6-05-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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