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와 범죄 무관”… 트럼프, 논문 좀 보길

“이민자와 범죄 무관”… 트럼프, 논문 좀 보길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2-14 21:08
수정 2017-02-1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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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200개 대도시 40년 통계로
이민과 실업·폭력 등 상관관계 분석
“이민자 많을수록 강력범죄 비율 낮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해 업무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가량 됐습니다. 이 기간 국제뉴스는 트럼프 몫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가 장악했습니다. 문제는 ‘좌충우돌’로 점철됐다는 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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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특정 이슬람 국가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해 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빈민구호 NGO 보르겐 프로젝트·미국 힐스데일칼리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특정 이슬람 국가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해 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빈민구호 NGO 보르겐 프로젝트·미국 힐스데일칼리지 제공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달 27일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입니다. 7개 이슬람권 국가(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테러에서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에서 이에 대한 반대시위가 거셉니다. 지난 9일에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재판부 만장일치로 반이민 행정명령을 기각해 트럼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민자가 늘면 범죄와 테러 발생이 증가하고 위험한 사회가 되는 걸까요. 때마침 미국 대도시들의 폭력 및 재산 관련 범죄 발생률, 이민자 수, 실업률 같은 경제적 변수 등을 고려해 이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뉴욕 버펄로대, 앨라배마대, 케너소주립대, 조지아주립대의 범죄과학·사회학과 공동 연구진이 진행한 이 연구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민자 증가와 범죄율 증가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였습니다.

연구진은 비슷한 규모의 200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미국 상무부 산하 인구통계국의 1970~2010년 인구 통계, 연방수사국(FBI)의 범죄 관련 각종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인구 통계에는 도시의 인종, 남녀 성비, 이민자 수, 범죄의 규모, 범죄 가담자 수, 피해 규모 등이 골고루 포함됐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민자 증가가 기존 주민들의 경제적 기회를 박탈했는지,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분석했습니다. 이민과 범죄 발생률의 정확한 상관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민자 비율이 높은 대도시일수록 폭력, 강도, 살인, 강간 같은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민자 증가가 지역사회의 경제적 위축을 가져온다는 명확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학문적·과학적 분석으로도 테러 방지를 위한 이민 규제는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범죄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인종과 범죄과학’ 2월호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로버트 아델만 뉴욕 버펄로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는 매우 분명하다”며 “우리 연구뿐만 아니라 유사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볼 수 있는 사실(fact)은 이민을 강력범죄와 테러 등에 연관 지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회적 논란이 되는 정책들의 이면을 보면 정책 입안자의 이데올로기와 근거 없는 신념에 기반할 때가 많습니다. 18세기 영국 학자 프랜시스 허치슨은 사회 일반의 선(善)에 대해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한 공공정책이야말로 더 많은 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2017-0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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