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때 창설… ICT 강국 건설 기여
독자·원천 기술 확보 노력, 4M D램개발이진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 이진호(61) 박사는 반도체 실험실이 만들어진 1988년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박사는 1982년 ETRI 전신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입사 때부터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해 1987년 반도체 실험실 설립 작업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혈기 넘치는 청년 연구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30년 동안 반도체 연구라는 외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실험실은 연구 특성상 기존 실험실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 기준으로 보면 파격적이었다. 이 박사는 “기존 대학의 실험실이나 기업의 실험실들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게 한곳에서 모든 실험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됐다”며 “청정 상태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에서도 갖지 못한 규모의 실험실을 국가연구소가 갖췄다는 것에 많이들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출범 당시 전체 인원이 100명 정도였는데 국가연구소 안에 만들어진 실험실 규모로는 지금 기준으로도 큰 편”이라며 “삼성에서 반도체 실험실로 2명만 연구교육 파견을 보내는 등 당시 대기업들은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ETRI 반도체 실험실은 삼성, 금성(현 LG), 현대라는 국내 전자기업들을 끌어들여 반도체 관련 독자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에 총력전을 벌였다. 그 첫 결과가 바로 4M D램 개발이었고 이후 16M D램, 64M D램 개발이라는 성과로 연결됐다. 이 박사는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센서 기술을 태동시킨 것은 반도체 실험실에서 개발된 원천기술 덕분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ICT 강국’의 기틀을 마련한 반도체 실험실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이곳에서 탄생한 국내 최초 4, 16, 64M D램 등 반도체, 광통신용 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전돼 상용화되면서 한국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TRI 자체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기술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직간접적으로 63조원에 이른다. ETRI는 실험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7일 대전 본원에서 기술워크숍을 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10-17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