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억력·관습 가진 유인원
여동생·조카 사진 보여주자
큰 소리 치고 기뻐하며 응시
사회적 규범 준수 압력 확인
침팬지와 보노보 같은 유인원들도 사람처럼 오래 만나지 못한 동료나 가족을 알아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제공
미국 존스홉킨스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과학자를 중심으로 독일, 벨기에, 일본 4개국 공동연구팀은 침팬지와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사람만큼이나 사회적 기억을 오래 유지한다고 20일 밝혔다. 지금까지 사람을 제외한 동물 중에서 몇십 년 전 일까지 기억하는 동물은 돌고래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2월 1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스코틀랜드와 벨기에의 동물원과 일본 구마모토 보호구역에서 사는 침팬지·보노보 2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최소 9개월, 길게는 26년 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사망한 유인원과 낯선 유인원의 사진을 보여 주며 초고속 카메라와 레이저 시선 추적 기기를 이용해 반응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침팬지나 보노보가 친구나 가족의 사진을 더 오래 들여다볼 것으로 가정했다.
그 결과 유인원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는지에 상관없이 과거 같이 있었던 동료나 가족을 담은 사진을 훨씬 더 오래 바라보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루이즈’라는 이름을 가진 보노보는 26년 전에 헤어진 여동생 ‘로레타’, 조카 ‘에린’의 사진을 봤을 때 큰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기억은 인간 문화 진화의 토대가 됐으며 오랜 기간 떨어져 있어도 관계가 유지되는 인간 고유의 상호 작용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연구는 유인원들도 인간처럼 사회적 기억을 오래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며 진화적으로 인간과 유인원 간 공통의 조상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로잔대, 프랑스 폴 사바티에 툴루즈 3 대학, 스트라스부르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대 공동연구팀은 원숭이들도 집단 간 독특한 사회적 관습을 갖고 있으며 다음 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아이 사이언스’ 12월 20일자에 실렸다.
인간의 경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회적 관습이나 규범을 따르며 이를 후손에게 전수한다. 규범을 벗어나려는 사람에게는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압력을 가해 지키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적 행동은 동물에게서는 잘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버빗원숭이 3개 집단 250마리를 대상으로 9년 동안 8만 4000건 이상 사회적 상호작용을 관찰·분석했다.
그 결과 버빗원숭이들 사이에서도 집단 간에 각기 다른 사회적 규범을 갖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전수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령 집단 간 털 고르기 행위를 하는 횟수가 달랐다. 한 원숭이가 동료 원숭이의 털 고르기를 100번 해 줬으면 똑같이 100번을 해야 하고, 그보다 덜하게 되면 불공평하게 느끼고 집단 내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사회적 규범이 다른 집단으로 수컷 원숭이 6마리를 옮긴 뒤 생활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전 집단과 다른 사회적 규범을 따르도록 사회적 압력이 있었으며 그에 적응하는 것이 확인됐다.
2023-12-21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