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치는 ‘별이 빛나는 밤’… 고흐가 그린 건 물리학이었다

소용돌이치는 ‘별이 빛나는 밤’… 고흐가 그린 건 물리학이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9-18 17:43
수정 2024-09-1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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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佛연구팀, 그림 속 난류 현상 규명

붓질 크기·채도, 에너지로 바꿔 분석
난류 통계 이론·법칙과 일치 확인
기억·상상의 결합물로 알려진 명작
대기의 움직임 관찰 결과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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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별의 소용돌이  형태·규모와 난류 현상 분석
그림 속 별의 소용돌이 형태·규모와 난류 현상 분석 과학자들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밤하늘 속 회오리의 상대적인 크기와 간격, 물감의 밝기 변화를 측정해 실제 천체물리학에 적용되는 법칙들이 제대로 표현됐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반 고흐가 대기 과학의 여러 현상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포착해 표현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키피디아·중국 샤먼대 제공


빈센트 반 고흐가 1889년 완성한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의 작품 가운데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생레미 요양원에 머물면서 병실 밖으로 내다보이는 밤 풍경에 기억과 상상을 결합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천체물리학자를 비롯해 많은 물리학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 샤먼대 해양·지구과학부, 해양 기상·기후변화 연구센터, 남방과학기술대 기계·항공공학과, 푸젠 해양 원격탐사 빅데이터 연구센터, 프랑스 리토랄 코트도팔대, 릴대 해양·지질과학 연구실 소속 대기 과학자와 유체역학자들은 “반 고흐가 그린 별의 비율과 색의 밝기와 채도는 대기 움직임과 난류 현상을 극도로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 9월 18일자에 실렸다.

많은 과학자는 고흐의 그림 속 하늘이 실제 천체물리학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림 속 대기 움직임을 직접 분석할 수는 없지만 화가의 붓질은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연구팀은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로 붓질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 대기의 특성과 형태, 에너지 등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그림 속 숨겨진 난류와 카오스 현상을 분석하고 실제 별을 관측했을 때의 난류 현상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 속 색깔의 상대적 밝기와 채도는 물리적 움직임의 운동에너지로 대체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림 속 14개의 주요 별의 소용돌이 형태의 공간적 규모를 조사해 큰 규모에서 작은 규모로 대기의 운동에너지 전이를 설명하는 ‘에너지 흐름 이론’과 일치하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반 고흐의 그림은 난류의 통계적 특성을 설명하는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은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제시한 것으로 난류라는 것이 매우 복잡한 움직임이지만 그 속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콜모고로프 이론에 따르면 난류는 속도와 압력 등 물리적 변수를 확률 변수로 표현할 수 있으며, 큰 난류와 작은 난류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특정 거리와 방향에서 속도 변동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측정된 관성 에너지를 기준으로 대기 운동과 규모를 예측하는 콜모고로프 이론은 기상학, 항공우주공학, 해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연구팀은 또 그림 속 별들의 상대적 밝기는 유체 내 농도가 변화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대기 운동에서 나타나는 작은 규모의 난류 에너지 법칙을 설명하는 ‘배츨러 척도’와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배츨러 척도는 유체역학에서 유체 내 농도가 변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연구를 이끈 황융샹 샤먼대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반 고흐의 그림이 난류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자연 현상에 대한 깊고 직관적인 이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고흐가 구름과 대기의 움직임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연구했거나, 하늘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본능적 감각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2024-09-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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